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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 무너진 '리더십' 회복할까

  • 2015.06.17(수) 16:42

전병일 대우인터 사장 자진 사퇴..갈등 일단 봉합
권오준 회장 리더십 상처..갈등 다시 불거질 수도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결국 자진 사퇴했다.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12일 "조만간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을 당시부터 자진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그간의 갈등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불안하다. 특히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잃은 것이 많다.
 
◇ 자충수 둔 권오준 회장


전병일 사장의 자진 사퇴로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전 사장은 '해임'이 아닌 '자진 사퇴'로 회사를 떠났다. 명분은 선 셈이다. 포스코로서는 이유야 어찌됐건 '전병일 사장 내보내기'에 성공했다. 전 사장은 명분을, 포스코는 실리를 챙겼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권 회장과 포스코가 챙긴 실리는 크지 않다. 오히려 손해가 더 크다. 갈등 표출을 서둘러 봉합하려했던 포스코와 권 회장이 자충수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권 회장은 당초 강공책을 폈다. 최측근을 경질하면서 명분도 만들었다. 그러나 계열사와의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리더십 부재 여론이 일자 강공책을 접었다. 대신 모양새를 선택했다. 하지만 리더십을 지키려했던 권 회장은 오히려 이번 사태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가뜩이나 지지기반이 취약한 권 회장으로서는 큰 타격이다.

 

권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는 작년 초 회장에 선임될 때부터 불거졌다. 당초 권 회장은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군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런만큼 그의 회장 선임은 큰 충격이었다. 포스코는 현장을 중시한다. 그래서 회장은 대대로 현장 근무 경험이 있는 인물이 선출됐다. 제철소장은 회장으로 가는 관문이었다. 권 회장은 현장 경험이 전무했다. 따라서 조직 내부에 지지기반이 탄탄하지 못했다. 내부에서는 권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 업계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이번 건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것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그동안 쌓여왔던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 부재 현상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결국 폭발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재무구조개선과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권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의 실적은 소폭이나마 회복했다. 하지만 그가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구조조정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구조조정은 포스코가 직면한 과제였던 만큼 리더십을 보여줄 절호의 찬스였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과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됐다. 안그래도 내부에서 리더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계열사와의 갈등이 공개된 만큼 타격이 컸다. 당초 권 회장과 포스코가 전 사장과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강공책으로 리더십을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컸다.
 
결국 권 회장은 모양새를 택했다. 갈등은 오해일뿐 애초부터 갈등은 없었다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룹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던 전 사장은 '자진 사퇴'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애꿎은 홍보 담당 임원만 보직 해임됐다. 강공책의 일환으로 단행했던 최측근 조청명 부사장의 보직 해임도 본래의 의도와 달리 손해만 본 셈이 됐다. 조 부사장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부실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 대표로 내정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권 회장과 포스코가 리더십 부재를 덮으려다 오히려 리더십 부재를 더욱 명확히 한 셈이 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처음 그림대로 강공으로 갔다면 오히려 상황이 더 나았을 수도 있었다"면서 "지금의 모양새는 억지로 갈등을 덮은 것일 뿐 권 회장은 이번 건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 미봉일뿐..불씨는 여전

포스코는 일단 현재 상황에 대해 더 이상의 갈등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전 사장이 '자진 사퇴'함에 따라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맞지만 언제든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징후들은 이미 여러 군데서 나온다.

우선 포스코는 미얀마 가스전의 매각을 완전히 접은 것이 아니다. 시기와 가격이 맞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연기한 것일 뿐 포기한 것이 아니다. 권오준 회장은 미안마 가스전에 대해 "현재로서는 파는 데 문제가 없는지, 팔아서 얼마나 덕을 볼 수 있을지를 미리 검토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기업(계열사)이 구조조정 대상”이라면서 “현재 사업을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비핵심 분야의 자산을 정리해 전체 사업을 철강 위주로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매각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 포스코는 일단 미얀마 가스전 매각 추진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의 작업은 만일을 대비한 검토였을 뿐이라는 것이 포스코의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시기와 가격이 맞는다면 다시 미얀마 가스전 매각 카드를 빼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갈등의 여지는 또 있다. 포스코는 전병일 사장 후임으로 김영상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내정했다. 김영상 사장은 전병일 사장과 마찬가지로 '대우맨'이다. 1982년 ㈜대우에 입사해 지금까지 줄곧 대우인터내셔널을 지켜온 인물이다. 포스코의 입장에서는 '대우맨'들이 껄끄럽다. 하지만 포스코 출신을 사장으로 앉힐 경우 내부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이 때문에 고민 끝에 내부 인사를 대표로 선임했다. 

물론 신임 대표가 전 사장과 같이 그룹의 방침에 반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도 신임 대표에 대한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우인터내셔널은 여전히 '대우'라는 정체성이 강한 곳이다. 최근 일어난 사태도 '대우'라는 정체성에 기반한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 간의 충돌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리고 이런 정체성의 간극은 여전히 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전병일 사장의 자진 사퇴는 갈등 봉합을 위해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이 일시적으로 합의한 것일 뿐"이라면서 "당장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런 갈등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갈등이 재점화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강도가 훨씬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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