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 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포스코가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해임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어 이번 사태를 촉발한 책임을 물어 조청명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을 보직 해임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배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에 대한 해임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해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게 포스코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포스코는 최근 경영쇄신을 선언하면서 전 계열사 대표들의 사직서를 미리 받아뒀다. 따라서 전 사장의 사표는 수리만 하면 된다. 현재 해임 이후의 파장 등에 대한 득실을 따져보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가 이처럼 전 사장에 대해 해임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달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내 게시판에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회사의 동력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포스코에 대한 불신과 불만, 자회사로서의 자괴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연휴 중 회장님께 편지를 통해 알려드렸다"고 밝혔다.
당시 포스코 수뇌부에서는 전 사장의 이런 반응에 대해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일종의 '항명'으로 받아들였다. 매각 검토 사실 여부를 떠나 해당 계열사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그룹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로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해임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매각건을 진두지휘하고 검토했던 조청명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을 보직 해임했다. 업계에서는 모양새는 전 사장과 조 실장을 모두 해임하는 형태지만 사실 포스코의 속내는 그동안 포스코에 동화되지 않았던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함께 전병일 사장을 정리하기 위해 조 실장을 내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가 전임 정준양 회장 시절 인수한 기업 중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로 꼽힌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라는 정체성이 강한 회사다. 세계경영을 주창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아끼던 기업이다. 그런만큼 포스코에 쉽게 동화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전 사장은 정통 '대우맨'이다. 그는 1977년 대우중공업으로 입사해 ㈜대우에서 상사맨으로 17년간 해외를 누볐다. 그룹의 해체와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합병 등을 직접 겪었다. 따라서 대우인터내셔널 내부에서는 전 사장을 따르는 직원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 건이 불거졌을 당시 포스코 내부에서는 '전병일 사장이 일부러 대우인터내셔널 내부의 반대 의사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전 사장이 일부러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반대의사를 공론화해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전 사장 해임이라는 강수를 두는 것은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포스코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 인수됐지만 여전히 포스코 문화에 동화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해임 사태는 포스코가 '말 안듣는' 대우인터내셔널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우인터내셔널은 세계 경영을 주창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아끼던 기업이다. 전병일 사장은 대표적인 '대우맨'으로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상사맨으로 17년간 해외를 누볐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흥망성쇠를 모두 직접 겪었던 만큼 내부에서 전 사장을 따르는 직원이 많다는 후문이다. 이런 전병일 사장에 대한 해임 검토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에게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을 강력히 심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포스코는 이와 함께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보직 해임했다. 조 실장은 인사 명령을 통해 현재 '회장 보좌역'으로 발령받은 상태다. 사실상 좌천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갑작스런 조 실장의 낙마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조 실장은 이번 미얀마 가스전 매각 건을 진두지휘하고 검토했던 인물이다. 아울러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핵심 참모 중 한사람이다.
포스코가 조 실장을 낙마 시킨 것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가치경영실에서 검토하던 사안이 대외적으로 공개됐고 이 때문에 내부 갈등이 외부에 드러난 만큼 해당 부서의 책임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속내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가 조 실장을 보직해임한 것은 전병일 사장을 해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이 강하다. 권 회장이 최측근을 인사 조치해 운신의 폭을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권 회장은 측근인 조 실장을 낙마시켜 대우인터내셔널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도 만들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번 건은 조 실장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라면서 "포스코가 전병일 사장을 정리하고 대우인터내셔널에게 '우리가 주인'이라는 시그널을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조 실장을 내친 '읍참마속(泣斬馬謖)'전략인 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