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이 28일 서울 강동구 길동 DLI연강원에서 신임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고(故) 박승직 창업주로부터 4세로 이어지는 형제경영의 전통을 잇게 됐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25일에 ㈜두산 정기 주주총회에 이은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 겸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 "공격 경영을 두산의 색깔로"
박 회장은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의 혁신과 성장의 역사에 또 다른 성장의 페이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며 “두려움 없이 도전해 또 다른 100년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영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열린다”면서 “120년 역사의 배경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청년두산’ 정신이 있었다. ‘청년두산’ 정신으로 ‘또 다른 100년의 성장’을 만들어 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그룹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그룹 재무구조 개선 마무리 ▲신규사업 조기 정착 및 미래 성장동력 발굴 ▲현장 중시 기업문화 구축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또 면세점 사업과 연료전지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 정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신임 박 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는 “지난해 강도 높은 재무 개선 작업을 통해 안정화 기반을 상당 부분 마련했다”며 “남은 작업도 차질 없이 마무리해 튼실한 재무구조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신규사업에 대해서도 “연료전지 사업을 글로벌 넘버원 플레이어로 키워나갈 것이고 면세점 사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현장 경영'을 강조했다. '현장 경영'은 두산그룹 최고 경영진들이 지금까지 지켜온 전통이다. 박 회장은 “현장을 중요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면서 “현장에서는 기회가 보이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경영을 두산의 색깔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 재도약, 박 회장 손에 달렸다
박정원 회장은 1985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두산산업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당시 두산그룹의 주력이었던 맥주 부문에 몸담으며 경영 전반에 대한 능력을 키웠다. 박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지난 1999년 ㈜두산 상사BG(Business Group)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두산 상사BG장으로 취임한 이듬해 ㈜두산 상사BG의 실적을 크게 신장시켰다. 이후 2005년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 주력 사업을 담당했다. 지난 2009년에는 두산건설 회장에 취임해 본격적으로 두산건설을 진두지휘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그가 담당했던 ㈜두산 상사BG와 두산건설 모두 초반에는 실적이 양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건설의 경우 최근까지 건설 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등 부침이 심했다.
▲ 업계에서는 박정원 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지금까지 유동성 위기 해소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면 신임 박정원 회장체제에서는 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박정원 회장의 손에 두산그룹의 재도약 여부가 달려있는 셈이다. |
박 회장은 오너가의 장자(長子)로서 그동안 그룹의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직접 참여해왔다. 최근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면세점 사업과 연료전지사업도 박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사업들이다. 이에 따라 그룹 내부에서는 박 회장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사업 안착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회장의 취임 일성인 '공격 경영'도 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나 시장에서는 박 회장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안정화에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다시 한번 점프를 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박 회장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의 경우 그동안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그룹의 현안을 챙겨온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면서 "현재 두산그룹에 산적한 주요 과제들을 얼마나 잘 마무리하고 박정원 회장만의 색깔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심"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