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대표적인 브레인으로 꼽혀온 이재경(68) ㈜두산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퇴진한다. 박용만(63) 전 회장(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믿을 맨’으로 통하던 인물이다. 취임 3년째를 맞는 두산가(家) 4세 경영의 선두주자 박정원(56) 회장의 색깔내기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오는 30일 2017사업연도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7년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해 4명(사내 3명·사외 1명)의 등기이사진 선임이 예정돼 있다.
현 이사진은 7명(사내 2명·사외 5명)이다. 이 중 사내이사는 박정원 대표이사 회장, 이재경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모두 올 정기주총때 임기(3년)가 만료된다.
㈜두산은 주총에서 박 회장 재선임 외에 동현수 사업부문장(사장)과 김민철 지주부문 재무총괄 CFO(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를 새로운 사내이사진으로 선임(3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이사진에서 이름을 내린다. 1978년 동산토건(현 두산건설)에 입사한 이래 40년간 두산에서 근무한 ‘뼛속까지’ 두산맨이자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이다. 특히 박용만 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던 인물이다.
경복고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박용만 전 회장과는 대학 동문인 이 부회장은 두산식품, 두산음료, 오비맥주 등을 거쳐 두산그룹 기획조정실 이사·상무(1998년 1월), ㈜두산 전략기획본부 부사장(1999년 3월)을 지냈다. 박 전 회장이 기획조정실장(1995년 11월), 전략기획본부장(사장·1998년 8월)으로 있을 때다.
당시 두산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 말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실시했는데, 산파역을 맡고 있었던 인물이 박 전 회장이었고, 보좌하던 이가 이 부회장이다.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박 전 회장이 2001년 10월 ㈜두산 총괄 사장으로 옮길 당시에는 전략기획본부 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또 2007년 12월 박 전 회장이 ㈜두산 부회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두산 부회장으로 동반 승진했다.
이 부회장이 ㈜두산의 이사회 멤버로 합류한 것은 2009년 3월. ㈜두산이 2인대표에서 4인대표 체제로 재편될 때로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박 전 회장과 함께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은 두산 오너 일가 3·4세 세대교체와 맞물려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3월 박용만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박정원 회장은 ‘공격 경영’과 ‘현장 중심’을 기치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고 올해 3년째를 맞고 있다.
한편 ㈜두산은 이번 정기주총을 계기로 기존 4명의 사외이사진을 3명으로 축소한다. 임기가 만료된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 이종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의 후임으로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1명만을 선임(임기 3년)한다. 현 사내 2명·사외 5명 체제가 사내 3명·사외 4명 체제로 재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