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3위 두산이 오너 일가 4세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에 맞춰 ‘2인자’들의 연쇄 교체에 나선 모양새다. 오너 경영자를 보좌하던 부회장들이 잇따라 이사회 이사진에서 물러나는 것.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1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오는 28일 2017사업연도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김명우(59) 관리부문장(사장)과 최형희(57) 재무관리부문장(CFO·부사장)을 사내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임기 3년)키로 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이사진은 6명(사내 2명·사외 4명)이다. 이 중 사내이사는 박정원(56) 두산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53) 두산중공업 회장과 정지택(68) 부회장이다. 임기(3년)는 오는 2020년 3월 만료된다.
이런 상황에서 2명의 이사진 합류는 이사회 개편을 의미한다. 즉, 정 부회장이 임기를 2년 남겨놓고도 등기임원에서 이름을 내리고 고문으로 물러나는 것. 아울러 현재 안건대로 주총이 완료되면 현 2인 각자대표체제도 박 회장과 신임 이사진 3인 각자대표체제로 바뀐다.
2016년 3월 박정원 회장이 박용만(63) 전 회장(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4세 경영 체제가 출범한 이래 전문경영인들도 자연스레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정 부회장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입문,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실·예산실·물가정책과 과장,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 국장 등 25년간 공직에 근무했다.
두산에 합류한 것은 중앙종합금융 부회장으로 활동하던 2001년 5월. 당시 ㈜두산 전략기획본부장(사장)으로 있던 박용만 전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 IT부문 총괄담당을 시작으로 테크팩BG 사장, 두산산업개발 사장, 두산건설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08년 6월 두산중공업으로 옮긴 뒤로는 2012년 3월~2014년 3월 2년간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활동해왔다.
아울러 두산의 대표적인 브레인으로 꼽혀온 이재경(68) ㈜두산 부회장 또한 오는 30일 ㈜두산의 정기주총을 계기로 이사진에서 퇴진한다. 박용만 전 회장의 ‘믿을 맨’으로 통하던 인물이다.
경복고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박용만 전 회장과는 대학 동문인 이 부회장은 두산식품, 두산음료, 오비맥주 등을 거쳐 두산그룹 기획조정실 이사·상무(1998년 1월), ㈜두산 전략기획본부 부사장(1999년 3월)을 지냈다. 박 전 회장이 기획조정실장(1995년 11월), 전략기획본부장(사장·1998년 8월)으로 있을 때다.
당시 두산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 말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실시했는데, 산파역을 맡고 있었던 인물이 박 전 회장이었고, 보좌하던 이가 이 부회장이다.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박 전 회장이 2001년 10월 ㈜두산 총괄 사장으로 옮길 당시에는 전략기획본부 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또 2007년 12월 박 전 회장이 ㈜두산 부회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두산 부회장으로 동반 승진했다.
이 부회장이 ㈜두산의 이사회 멤버로 합류한 것은 2009년 3월. ㈜두산이 2인대표에서 4인대표 체제로 재편될 때로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박 전 회장과 함께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이재경·정지택 부회장의 퇴진에 따라 2011년 7월 현대기아차 부회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 기술자문으로 영입된 이현순(68) 부회장을 포함한 두산 부회장 ‘3인방’은 이제 핵심 계열사 이사진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