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소송을 둘러싸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측이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부에서 부품공급 가능성이 거론되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아직 이들의 강경기류는 여전한 모습이다.
LG화학은 대표 로펌을 변경하며 지지부진했던 소송 진척속도에 힘을 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합의사례를 기대해 화해의 손길을 보냈음에도 LG화학에서 응답이 없자 맞소송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 LG화학, '뒷심 키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8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대표 법률대리인을 덴튼스(Dentons)US에서 레이섬앤왓킨스(Latham&Watkins)로 바꿨다. 레이섬앤왓킨스는 덴튼스를 포함해 소송에 관여하는 LG화학 측의 여러 로펌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LG화학은 대표 로펌을 교체하면서 소송 과정에 힘을 더했다. 소송이 예상밖으로 진행되면서 발생한 우려를 불식하면서, 소송절차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레이섬애왓킨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2위를 달성한 미국 로펌이다.
LG화학은 당초 배터리 제조, 관리, 판매 등을 소송 대상에 포함하며 "SK이노베이션이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 사업 전 부문을 LG화학으로부터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ITC가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조사개시 결정을 내린 범위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제조 및 테스트 시스템,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법인 등이 제외되며 '김이 빠진 면'이 없지 않았다. LG화학 입장에서 조급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대표 로펌 변경은 전력을 보강하는 차원"이라며 "당초 알려진 일자대로 소송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ITC가 내년 상반기 예비판결, 하반기 최종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당하지만 않는다'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에 더 적극적으로 맞대응할 방침이다. ITC에 LG화학을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 법원에 LG화학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없다는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정확히 어떤 내용의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LG화학이 강경하게 나오는 만큼 그냥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일본이 한국으로 향하는 반도체 핵심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며 '앞으로 일본산 배터리 소재 수급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던 7월말 "경쟁사에 분리막 공급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송 중이던 LG화학을 감안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왔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배터리 소재 수급은 문제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양측이 합의해 소송을 취하했던 전례를 기대했지만, LG화학의 강경한 입장에 맞대응 카드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두 회사는 8년 전 배터리 핵심소재 분리막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했다. LG화학이 1~2심 모두 승소했고, 3심 판결을 앞두고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관련기사 : "소모적 싸움 그만" LG화학-SK이노베이션, 특허소송 끝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의 강경한 입장에 우리 측도 대응책을 마련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