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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박찬구 압승…박철완 쓸쓸히 '중도 퇴장'

  • 2021.03.26(금) 18:09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금호석화 표대결…사측 안건 대부분 통과
'완패' 박철완 "끝이 아닌 시작…계속 도전"

26일 서울시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 박찬구 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그의 조카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주총이 끝나기도 전에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자신이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못하자 자리를 일찍 뜬 것이다. 이날 박 상무가 제안한 모든 주주제안은 안건 통과 '커트라인'을 넘지 못했다. 이날 그가 건진 것은 배당금 120억원이 전부였다.

반면 박찬구 회장은 조카와 '표 대결'에서 압승을 거뒀다. 박 회장 측이 제안한 안건 대부분이 박 상무 측 주주제안을 압도했다. 박 회장 측이 제안한 안건중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안'이 유일하게 부결됐지만 이 덕분에 오히려 박 회장의 경영권은 더욱 안정화됐다. 이번 표 대결에서 완패한 박 상무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26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동그라미)가 사외이사 진입이 실패한 이후 금호석화 주주총회장을 빠져나갔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장 유튜브 중계 영상]

◇ 삼촌의 압승

이날 금호석화 주총에는 재무제표와 이익배당, 정관 변경, 사내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 안건이 올라왔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 회장과 박 상무는 각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안건을 제안해 표 대결을 벌였다. 표 대결 결과, 박 회장을 대변하는 사측이 제안한 안건 대부분이 통과됐다. 반면 박 상무는 완패했다.

최대 승부처였던 박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박 상무는 52.7%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사측이 제안한 백종훈 전무(영업본부장)가 64%의 표를 얻으며 사내이사에 올랐다. 박 상무는 사내이사에 오르는데 실패했지만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날 박 상무가 제안한 다른 안건의 동의율이 30%대에 머문 것과 달리 박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50%를 넘는 동의를 얻은 것이다. 8.25%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백 전무와 함께 박 상무도 이사로 진입하는데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핵심 쟁점 사안이었던 배당은 박 회장 측이 제안한 '보통주 1주당 4200원' 주주제안이 64.4%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반면 주당 1만1000원을 배당하겠다는 박 상무의 안건은 35.6%의 동의를 얻는데 그쳤다. '돈'으로 '표'를 사지 못한 셈이다.

이날 사측이 제안한 안건 중 유일하게 부결된 것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안'이다. 이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55.8%에 머물러 통과 '커트라인'을 넘지 못했다. 회사 측 제안한 다른 안건에 대한 찬성률이 60~70%에 이르렀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비슷한 안건을 제안한 박 상무의 주주제안 찬성률도 44.9%에 머물렀다.

이 안건의 찬성률은 흥미로운 점이 있다. 회사 측의 찬성률이 55.8%에 머물렀다는 점에 비춰보면 사측은 스스로 제안한 안건에 대해 일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 상무가 선점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안'에 등이 떠밀려 비슷한 안건을 올렸지만, 이 안건이 통과되면 박 회장의 경영권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금호석화는 "아쉽게도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회사 안건과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사회와 경영권에 대한 도전을 받은 박 회장 입장에선 내심 반가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안건이 부결되면서 박 회장은 이사회 지배력과 함께 경영권을 더욱 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사측이 추천한 인사들인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 고문 변호사, 박순애 한국행정학회장, 최도성 한국임팩트금융 이사,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 이번에 금호석화 사외이사로 합류하게 됐다. 반면 박 상무가 제안한 인사들은 줄줄이 떨어졌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주주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저를 비롯한 우리 임직원들은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 향상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카 반격 예고

박 상무는 주총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회사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재도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표 대결에서 사실상 '캐스팅 보터'(결정 투표자)였던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아쉬움을 거듭 나타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ESG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데 국민연금이 주요 경영진의 배임 등 법적 책임, 불법취업 상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며 "박 회장이 불법취업 상태에서 51억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하는 것 역시 회사의 임직원들과 모든 주주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 상무는 내년 주총까지 경영권 도전을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박 상무는 본인을 비롯해 모친과 장인이 금호석화 지분을 새롭게 사들이면서 장기전에 나설 것이 예상된 바 있다. 최근에 매입된 이 지분은 작년 말 주주명부에 등록되지 않아 올해 주총에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가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나아가 주주 가치 또한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 주주총회에는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상무의 유일한 소득은 배당금이 전부였다.  그의 보유 주식은 305만6332주로, 단순 계산으로 122억2533만원어치다.

한편 이날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11시42분에서야 개회됐다. 양측의 의결권 확인 절차가 장시간 이뤄지면서다. 개회 직후에도 관련 오류가 발생해 확인 절차를 거치며 정회했고, 12시20분에 재개됐다. 이에 따라 시작한지 5시간이 지난 오후 2시7분에 주총이 끝났다. 이 과정에서 "배가 고프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라. 코로나 안 걸리는 사람만 모았나"라는 주주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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