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역대 최대 규모인 5조6000억원의 공모로 상장을 추진하면서 창업자이자 최대주주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최대 4조원 규모의 주식 부호로 떠오르게 됐다.
장 의장과 함께 크래프톤을 공동창업한 김강석 전(前) 대표와 지금의 김창한 대표를 비롯한 계열사 임원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주식 자산가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16일 크래프톤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 희망가액은 45만8000원에서 55만7000원. 액면가(100원)의 4580~5570배 수준이다.
상장하면 기존 발행주식(4327만주)을 포함해 총 5030만주가 유통된다. 이를 기준으로 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23조~28조원에 달한다.
장 의장의 보유 주식은 703만주(지분율 16.24%, 상장후 13.97%)이다. 벤처 업계 '미다스의 손(Midas touch)'으로 불리는 장 의장은 크래프톤 상장을 계기로 조(兆) 단위 주식 부호로 단숨에 오르게 된다.
그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공모가 기준으로 최대 3조9146억원이다. 상장이 순탄히 진행된다면 무려 4조원에 육박한 주식 부호가 게임 업계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이번 공모에선 신주 발행과 함께 구주매출이 이뤄진다. 구주매출이란 대주주나 일반주주 등 기존 주주가 보유 지분 가운데 일부를 파는 것을 말한다. 장 의장은 직접 보유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사모투자 펀드 벨리즈원을 통해 보유한 물량을 '엑싯(EXIT·투자회수)'한다.
벨리즈원은 보유하고 있는 크래프톤 주식 277만주 전체를 내놓는다.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벨리즈원은 장 의장이 크래프톤 설립 초기 투자자였던 IMM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세운 사모펀드다. 장 의장이 적지 않은 현금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벨리즈원 뿐만 아니라 크래프톤 주요 경영인과 계열사 임원들이 현금화에 나선다. 김창한 대표이사는 보유 중인 주식 68만주 가운데 일부인 14만주를 내다 파는데 최대 780억원을 현금화하고도 잔여 지분 가치가 3000억원 이상이다.
계열사 블루홀스튜디오의 김형준 PD는 61만주 가운데 10만주의 구주매출로 557억원을 현금화하고도 3398억원의 지분을 들고 있게 된다. 조두인 블루홀스튜디오 대표도 117억원을 현금화, 225억원의 잔여 지분을 보유한다.
크래프톤 공동창업자 김강석 전(前) 대표도 수천억원의 주식 갑부로 떠오르게 됐다. 김 전 대표의 보유 주식은 108만주(지분율 2.51%, 상장후 2.16%)로 지분 가치는 최대 6044억원이다. 이 외에도 크래프톤 산하 독립스튜디오 라이징윙스의 김정훈 대표(4697억원)가 적지 않은 가치의 주식을 들고 있다.
장 의장이 2007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는 크래프톤의 주식 94만주(지분율 2.18%, 상장후 1.87%)를 들고 있다. 지분 가치는 최대 5249억원에 달한다.
2007년에 블루홀이란 사명으로 설립된 크래프톤은 2011년 리니지류의 PC온라인 게임 '테라'를 선보여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을 받았으나 이 게임을 빼면 한동안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7년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흥행 대박을 터트리기 전까지 주요 개발진이나 창업 초기 멤버들에 대한 금전적 처우가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급여 보상 차원에서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액면가(액면분할전 500원) 수준으로 나눠주던가 스톡옵션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회사 주식을 확보한 창업 멤버와 주요 임원 및 계열사 경영인 일부가 상장으로 돈벼락을 맞게 된 셈이다.
크래프톤은 총 1006만230주를 공모할 계획이며, 공모 규모는 최대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상장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28조원으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다른 게임사를 압도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