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백신 개발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 시간이 11개월로 단축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산업계, 학계 그리고 정부의 협력을 꼽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코로나 백신 개발이 더딘 우리나라는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이 아쉽다는 평가다. 향후 공공과 민간이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나서 제약바이오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2021 바이오 디지털(BIO Digital) 디브리핑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트렌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11개월 만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백신 개발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이뤄낸 성과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 백신 역시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빠른 시간 내에 코로나 백신 개발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민관의 밀착 협력'을 꼽는다. 과학자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민관 컨소시엄 'PPP 프로그램(Public Private Partnership)'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경우 국립 바이오의학첨단연구소(BARDA)가 주축이 돼 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2조원 이상의 미국 정부 지원도 이끌어냈다.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 배포, 접종하는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은 대표적인 PPP 성공 사례다.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은 "백신 개발에 성공한 미국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규제당국인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기업, 연구가들이 밤낮없이 메일을 주고받았다"며 "투명한 과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와 민간이 밀착 협력한 결과 백신 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과 치료제의 트렌드로 mRNA 방식의 백신을 꼽았다. mRNA는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mRNA 형태로 주입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배 부사장은 mRNA 백신을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백신 기술 경험을 살려 암과 심장병 등 다른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화이자와 바이온텍은 이미 2018년부터 mRNA 플랫폼 감염병 백신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mRNA 관련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 진행 중이고 앞으로는 mRNA 세상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위해 극복할 점으로는 비싼 가격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 리제네론에서 개발한 항체치료제의 경우 지난해 11월 FDA 긴급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높은 가격 탓에 기대한 만큼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배 부사장은 "미국 연방정부가 120만 도즈를 구입해 30만 도즈를 미국 각처 병원에 배송했지만 단지 5~20%만 사용됐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항체치료제가 가격이라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부사장은 끝으로 전문가에 대한 정부의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백신의 중요성을 코로나19 초기부터 강조한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백신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지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