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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움직인다]①'국익' 외친 정부에 답 내놨다

  • 2021.08.24(화) 17:25

5월 발표한 171조 투자계획에 '69조 추가'
바이오·AI·6G·로봇도 육성…4만명 채용 계획도

삼성이 향후 3년간 반도체, 바이오 산업 등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 발표했던 시스템반도체 171조원 투자계획에 69조원을 더 얹고, 투자 범위를 첨단 혁신사업으로 넓혔다. ▷관련기사: 삼성 반도체 '133조 묻고 38조 더 투자'(5월13일)

이번 투자 계획 발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에 나왔다. 재벌 특혜 논란 속에서도 국익과 경제 부양을 위해 가석방을 단행했다는 정부의 결정에 삼성이 곧바로 화답한 셈이다.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고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계획이 더해진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171조 묻고 69조 더 투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는 △전략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미래 세대를 위한 고용·기회 창출 △다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계획을 24일 발표했다. 

삼성 측은 이번 발표에 대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산업·국제질서, 사회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삼성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자와 고용,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활력을 높여 삼성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 부회장 가석방 특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익을 위해 정부가 가석방을 허락했다고 공언한 만큼, 삼성 입장에서는 정부를 만족시키면서도 가석방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대규모 결단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삼성은 가장 가시적인 방안으로 투자 확대를 내세웠다.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240조원으로 확대하고 특히 이 가운데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통해 133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뒤, 올해 5월 38조를 더해 17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번에는 여기에 69조원을 더 추가한 것이다.

바이오·통신·IT도 반도체와 같이 뛴다

이번 투자는 그간 투자가 집중됐던 시스템반도체 외에 바이오제약 산업과 차세대 통신, AI(인공지능)·로봇 등 신성장 IT(정보통신) 분야로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바이오제약 산업이 코로나 이후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떠오른 만큼, 삼성은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를 위해 바이오제약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지속해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CDMO 분야 5공장과 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 역할을 확보한다. 삼성은 바이오사업 시작 9년 만에 CDMO 공장 3개를 완공했고 현재 4공장을 건설 중이다. 바이오시밀러도 파이프라인 지속 확대 및 고도화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은 차세대 통신과 신성장 IT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선보였다. AI와 5G(5세대)·6G(6세대) 이동통신 등 기술 혁신에 따른 4차 산업혁명 가속화 추세에 발맞춘 것이다.

통신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달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통신망 고도화·지능화를 위한 S/W(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신사업 영역 및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AI 분야에서는 전세계 거점 지역에 포진한 '글로벌 AI센터'를 통해 선행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성능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지능형 기기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미래 유망 사업인 로봇 분야에서는 핵심 기술 확보와 폼팩터 다양화를 통해 '로봇의 일상화'를 추진한다. 첨단산업 분야의 설계와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 세대 위해 고용·기회 늘린다

삼성은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고용문제 해결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에서 공채 제도를 지속 유지해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 통상적인 채용 계획상 3년간 고용 규모는 약 3만명 수준이지만 첨단산업 위주로 고용을 확대키로 했다. 향후 3년간 삼성의 국내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도 56만명 수준이라 설명했다.

삼성은 청년SW아카데미(SSAFY)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사업 규모도 확대해 양질의 S/W 교육 기회도 넓힌다. 현재 청년SW아카데미는 △서울·수도권 △중부권(대전) △전라권(광주) △경상권(구미) △동남권(부산)에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C랩 사업도 확대한다. 사내벤처 육성을 위한 C랩 인사이드는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 부문 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도 적용한다. 외부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위한 C랩 아웃사이드는 초기 스타트업 외에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또 창업 분위기 조성을 위한 '스타트업 데이'를 운영하고, 비영리 부문에서도 '청년 활동가 지원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 지원 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지원 통해 '상생' 앞장 

코로나 여파로 극심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 해소를 위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포용적 혁신·상생 방안도 내놨다.

먼저 미래성장의 기틀이 되는 기초과학 역량과 원천기술의 확보를 위해 R&D 지원을 확대한다. 최근 3년간 3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향후 3년간은 3500억원으로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지식 경제로 이행하면서 기초과학, 원천기술 등 무형의 자본 확보가 중요해진 최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산학과제와 박사급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반도체 및 차세대 통신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주요 대학과 반도체·통신분야에 계약학과와 연합 전공을 신설하기로 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 역량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공장 프로그램'도 지속 추진한다. 삼성은 지난 2015년부터 총 2500여개사에 550억원 규모의 스마트공장 사업을 지원했다. 앞으로는 기초 단계 지원에서 나아가 중소기업 제조 역량을 고도화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소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상생펀드와 물대펀드도 지속 운영한다. 우수 협력사 대상 인센티브와 소재·부품·장비 분야 협력사 지원을 위한 민관 R&D 펀드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협력사 안정화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펀드와 물대펀드는 규모를 유지하고, 우수협력사에 대한 안전·생산성 격려금은 3년간 24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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