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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퍼스트무버]수소산업 비집고 들어간 화섬 대표 코오롱

  • 2021.11.17(수) 10:04

2006년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연구 시작
습도유지장치 최초 양산해 '글로벌 1위'
PEM 등 수소사업 핵심소재·부품분야로 확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산업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아이폰의 애플이 대표적입니다. 꼭 전에 없던 것을 완전히 새로 창조하는 기업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후발주자였지만 기술과 전략으로 시장을 압도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한국 기업 가운데도 꽤 있습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역경을 딛고 퍼스트 무버로 자리잡거나, 또 이를 향해 나아가는 'K-퍼스트무버' 기업 사례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수소자동차 구조 모형 이미지./사진=코오롱 제공

'수소(H₂)' 시대가 열렸다. 수소경제 규모는 2050년 30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9월에는 국내 15개 대기업 총수들이 모여 수소경제 활성화를 논의하는 '수소기업 협의체'를 공식 발족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K-수소동맹]①'아무도 못 가본' 생태계 열린다(9월20일)

코오롱도 그 안에 있다. 화학섬유업이 그룹의 주력이지만 수소산업의 한 축에서 '퍼스트 무버'로도 꼽히는 기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수분제어장치가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수분제어장치 생산업체다. 당연히 글로벌 점유율 1위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현대차의 'SOS'로 시작한 도전

수분제어장치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30년 이상 축적한 멤브레인(분리막) 관련 기술에서 비롯했다. 코오롱그룹은 1989년 분리막 연구를 시작, 1995년 제조·설비 시설을 구축하면서 이 분야에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관련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그간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2006년부터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기존 분리막 기술을 수소전기차에 적용해보자는 현대차 개발 담당자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 담당자는 해외기업의 수분제어장치 시제품이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분리막 기술을 확보하고 있던 코오롱에 개발을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MEA 모식도 및 수소연료전지의 전기발생 원리./사진=코오롱 제공

■ 수소연료전지의 전기 발생 원리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이온과 물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PEM(Polymer Electrolyte Membrane, 고분자 전해질막)을 중심으로 양측에 연료극과 공기극이 있는 구조다. PEM은 수소이온은 통과시키고, 전자는 통과시키지 않는 막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수소 가스는 연료극의 촉매와 반응해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해된다. PEM으로 수소이온이 통과하면 전자는 전류를 생성하며 외부회로를 통해 공기극으로 이동한다. 수소이온은 PEM을 통과해 공기극으로 이동, 전자와 결합된 산소와 반응해 물로 바뀐다.

전기에너지가 잘 만들어지려면 수소이온의 움직임이 활발해야 한다. 수소이온이 PEM을 통과해 잘 전달되려면 수분의 도움이 필요하다.

습도가 높으면 액적(작고 동글동글한 물방울)이 발생해 유로를 막아버리는 플러딩(Flooding) 현상이 발생하고, 반대로 습도가 낮으면 전해질막이 건조해진다. 그러면 수소이온과 전자의 이동이 급격히 둔화하는 드라이아웃(Dryout) 현상이 발생한다.

수분제어장치는 수소연료전지 내에서 전기가 잘 생성하도록 습도를 일정하게 조절해주는 부품이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온 수분을 선택적으로 투과해 수소이온이 이동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료전지에 산소가 공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기능도 한다.

2013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료전지용 수분제어장치를 현대차와 공동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의 1세대 수소전기차인 '투싼'에 처음으로 제품도 공급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2차 벤더(협력사)였던 코오롱이 1차 벤더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어 2018년에는 현대차 '넥쏘'에 2세대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신형 넥쏘를 비롯해 현대차에서 개발하는 차세대 수소전기차에 업그레이드 된 수분제어장치를 공급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3세대 수분제어장치는 기차·선박·항공 등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에 활용될 예정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현재보다 미래에 거는 기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분제어장치 상용화에 이어 연료전지 핵심소재·부품으로 개발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다. 2008년 PEM, 2014년 MEA(Membrane Electrode Assembly, 막전극접합체) 연구 개발을 시작해 현재는 PEM과 MEA 기술을 동시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 업체가 됐다.

다만 아직 수소 산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적 비중은 크지 않다. 코오롱이 제품별 매출액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증권가 예측에 따르면 연간 약 200억원 정도가 수분제어장치 관련 매출액으로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실적에서 수분제어장치를 포함하고 있는 산업자재 부문의 매출액이 3분기 4952억원이란 걸 고려하면 비중이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그래도 시장 전망은 밝다. 수소경제가 얼마나 커지느냐,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느냐가 관건이다. 당장 코오롱의 수소 부품이 들어가는 현대차 넥쏘의 판매도 꾸준하다. 넥쏘의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7341대로 전년 동기(5088대) 대비 44.3%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한 상황 속에서도 높은 성장세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코오롱은 수분제어장치를 시작으로 PEM·MEA까지 양산체제를 도입하면서 수소 시장에서 핵심 소재 통합솔루션을 제공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향후에는 수소 모빌리티를 넘어 수소 생산까지 확장 가능한 기술로, 수전해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통해 2030년 수소 관련 사업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기존 수분제어장치 사업 확장과 함께 양산 투자한 PEM 제품의 공급 기회를 늘리고 MEA도 국내외 고객사 인증을 다각화해 양산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시장 성장의 변곡점이 예상되는 2025년 이후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연료전지 핵심소재 분야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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