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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빅딜', 화물은 겨우 지켰다

  • 2022.02.23(수) 07:00

공정위, '항공 빅딜' 조건부 승인
화물시장 경쟁 제한성은 불인정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허용 횟수)·운수권(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권리) 이전 등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조건부 승인으로 '항공 빅딜'의 시너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항공사의 우려를 경쟁 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항공사의 목소리가 반영된 분야도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하늘길이 끊긴 상황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화물 분야다. 당초 공정위는 화물 시장에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최종적으로는 화물에 대해 시정 조치를 주문하지 않았다.

앞으로 관심은 해외 경쟁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다. 업계에선 이번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해외 경쟁당국 판단에 영향을 줘 양사의 결합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란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10년간 슬롯·운수권 반납'

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국제선의 경우 양사 중복노선 총 65개중 26개 노선, 국내선은 양사 중복노선 총 22개중 14개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며 "경쟁 제한성이 있는 국내외 여객노선에 대해 향후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 26개 국제선과 8개 국내선에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하면 양사가 보유한 국내공항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

국제선은 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5개, 동남아 6개, 일본 1개, 기타 3개다. 서울~뉴욕·파리·런던·괌·시드니, 부산~칭다오·다낭·나고야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는 제주~청주·김포·부산 등 제주~내륙 노선이다.

운수권은 11개 노선에 대해 적용된다. 역시 신규 항공사 진입,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때 반납해야 한다. 해당하는 노선은 유럽(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로마, 이스탄불), 중국(장자제, 시안, 선전, 베이징), 기타(시드니, 자카르타) 등이다.

다만 실제 반납하는 슬롯, 운수권의 개수와 이전 대상 항공사 등 구체적 내용은 신규 항공사가 진입을 신청하는 시점에 노선별 점유율 기준을 토대로 공정위가 국토교통부과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조치 대상인 노선들에 대해 운임인상 제한, 좌석공급 축소 금지, 불리한 항공마일리지 변경 금지 등의 행태적 조치를 병행 부과했다.

"화물, 경쟁 제한성 없다"

이날 공정위는 국내외 화물노선에 대해선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의 의견이 수용된 대목이다.

앞서 공정위는 "화물 시장에도 경쟁 제한성이 있다"며 "한국발 미주착과 한국발 동남아 내륙행에 대해 2019년 기준 공급량을 유지하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사실 위원회에서 굉장히 논란이 심했다"며 "심사관 쪽에서는 국내 화주의 의견을 듣고, 일부 경쟁 제한성이 있다는 측면을 강조했었다"고 설명했다. 화주들이 항공 운송을 할 때 다른 항공사로 쉽게 전환하는 게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존재하고, 경쟁 사업자들의 추가 진입에도 제약이 없어 시장 지배력 행사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시장은 진입장벽도 낮고 슬롯 확보도 용이해 경쟁사들의 시장진입과 공급확대에 제한이 없어 경쟁 제한성도 없다"며 "또한 수요자들이 항공사보다 우위에 있고, 화주가 직접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이번 결론에 대해 "다소간의 애로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게 진입을 또는 전환을 아예 불가능할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느냐는 관점을 채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화물 사업 성장 덕에 별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14.5% 증가한 1조4644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0년(1조1589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화물 매출이 6조694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화물 매출이 전년보다 47% 증가한 3조1485억원에 이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도 4년만에 흑자전환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시너지는 미지수

항공사가 화물 사업은 지켰지만 조건부 승인 속에서 항공 빅딜이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수요는 장기적으로나 월 단위로도 변동폭이 크다"며 "만약 공정위가 공급량 유지 의무를 부과했다면 경영상 위협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요가 정상화하는 미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에 공정위가 부여한 조건들이 결국 양사 결합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의 네트워크를 토대로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가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또 항공산업은 외생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각 조건을 이행하는 10년이란 기간 동안 경영 자율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경쟁당국도 공정위 판단을 참조해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번 기업결합을 심사중인 곳은 미국과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6개국이다.

공정위는 "동남아와 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슬롯 외에도 운수권 재배분 등을 통해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결합 회사들은 통합으로 인한 효익을 국내 항공운송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자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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