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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읽기]컴퓨터를 모아 슈퍼컴으로 '골렘'

  • 2022.03.03(목) 10:59

컴퓨터 빌려주고 보상으로 받는 코인
경제 제재에 '러시아발' 가상자산 인기
골렘 개발자 '러시아 출신' 근거 불명확

2017년 가상자산 광풍이 몰아친 이후 5년이 지났으나 관련 정보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관련 정보를 마주친다 해도 어려운 기술 용어에 둘러싸여 있어 내용을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백서읽기에선 한 주간 주요 거래소에서 주목받았던 코인을 선정해 쉽고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상자산(코인)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2월 넷째 주, 골렘(GLM)이 유독 높은 상승세로 주목받았습니다. 지난달 21일 거래소 업비트에서 개당 378원에 거래되던 골렘은 26일 630원대로 종가를 기록하며 해당 주의 가장 높은 급등세를 기록했습니다.

골렘은 컴퓨팅 처리 능력(컴퓨팅 파워)을 다른 이에게 빌려주고 대가로 받는 코인입니다. 쉽게 말해 컴퓨터의 일부분을 월세처럼 빌려주고 골렘을 받는 겁니다. 최근 골렘 가격이 오른 이유는 러시아의 경제 제재에 대비해 골렘 등 러시아발 코인으로 알려진 가상자산들이 화폐처럼 사용될 것이란 일각의 기대 때문입니다. 단 골렘이 폴란드 출신 임직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부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러시아에서 주목을 받을 것이라 확신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컴퓨터를 모아 슈퍼컴퓨터로

골렘은 스위스 기업 '골렘 팩토리'가 개발한 동명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골렘'에서 사용되는 코인입니다. 골렘 프로젝트에선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의 CPU 등을 다른 이들에게 클라우드 형태로 빌려줄 수 있습니다. 수많은 컴퓨터의 처리 능력을 조금씩 모아 클라우드 서버처럼 활용하는 겁니다.

컴퓨팅 파워를 빌려준 이들은 대가로 가상자산 골렘을 받습니다. 가정용 컴퓨터나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 컴퓨터 등을 월세처럼 다른 이에게 빌려주고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골렘 팩토리는 이렇게 컴퓨팅 파워를 모아 슈퍼컴퓨터 수준의 성능을 낼 것이라 기대합니다. 골렘의 슬로건이 '컴퓨팅 파워 시장으로 슈퍼컴퓨터를'인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골렘 팩토리는 이렇게 탄생한 서버가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소유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아마존 등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특정 국가나 기업의 검열이나 해커들로부터 서버 공격을 받을 수 있지만, 골렘 프로젝트는 여러 지역의 컴퓨터를 서버로 사용해 개발자들이 안심하고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배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골렘 프로젝트는 처음에 자체 네트워크에서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2020년 12월 업데이트를 거치며 이더리움 플랫폼으로 옮겨갔습니다. 쉽게 말해 이더리움에 컴퓨팅 파워 거래 내역을 저장하고, 토큰을 이더리움의 표준(ERC20)에 맞춰 발행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골렘은 이더리움 플랫폼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가상자산 지갑과 거래소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골렘의 티커(가상자산 약자)가 GNT에서 GLM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골렘 네트워크에서 발행됐던 가상자산을 GNT, 이더리움에서 발행한 골렘을 GLM이라고 부르는데 당시 골렘 팩토리는 GNT를 GLM으로 바꿔주는 '스왑'을 대대적으로 진행했고, 현재 티커인 GL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격 상승, 개발자 국적 때문" 추측도

최근 골렘은 눈에 띄는 업데이트나 호재 등이 없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러시아 메타'로 가격이 오른다는 평이 나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주요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자, 가격이 낮아진 러시아 법정화폐 루블 대신 러시아인들이 개발한 '러시아발 코인'을 사용할 것이란 기대로 관련 코인들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엔 '러시아 메타'라는 표현과 함께 러시아 출생 개발자가 만들었다고 알려진 골렘과 웨이브(WAVES)의 가격을 긍정적으로 내다본 글들이 상당수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실제로 법정화폐 대신 가상화폐를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며 '만들어진 호재'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골렘의 주요 개발자 '줄리안 자비스토프스키'와 '표트르 비기스 야니우크'가 러시아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이들의 출생지나 성장환경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국내에서 한국어로 쓰인 일부 텍스트를 제외하곤 이들을 러시아 출신이라고 설명하는 글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을 나와 인근 지역에서 활동했습니다. 골렘 팩토리의 직원 상당수 역시 폴란드인입니다. 본사 역시 스위스에 위치해있습니다. 특히 골렘 재단 CEO인 줄리안 자비스토프스키가 러시아 제재에 찬성하는 글을 상당수 개인 트윗에 올리고 있어, 알려진 대로 개발진 중 일부가 러시아 출생이라 하더라도 골렘이 러시아발 코인으로서 정체성을 내세워 주목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판단 몫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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