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이 로지테인먼트(물류와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단어)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후원한 단편영화 '백일몽'을 공개했다. 한진은 최근 영화 공개 외에도 게임, 브랜드 굿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로지테인먼트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딱딱한 물류 산업에 문화요소를 녹여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겠단 전략이다.
택배 기사 애환 담은 영화 '백일몽' 공개
한진은 23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백일몽 시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마케팅 총괄 사장,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홍영아 감독 등이 참석했다.
백일몽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상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은 택배 산업을 다룬 영화다. 택배기사 아들과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의 삶과 애환을 다뤘다. 이 영화는 한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누구나 시청이 가능하다.
조 사장은 "한진은 77년 동안 물류에 진심"이라며 "한진이 물류업을 대표하는 기업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물류에 대한 것들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마케팅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는 게 조 사장 설명이다. 실제로 한진은 이 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30분짜리 단편 영화를 찍는 데 1년이 소요됐다. 백일몽은 이탈리아 골든단편영화제, 미국 WRPN 여성국제필름페스티벌 등에 출품되는 등 완성도 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조 사장은 "물류만 홍보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택배기사 애환, 치매 등의 내용이 아닌) 밝은 느낌의 주제가 좋을 수 있다"며 "하지만 '창작은 간섭하는 순간 창작이 아니다'는 신념에 따라 영화 제작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를 제작한 홍 감독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투자를 받는 게 가장 어렵다"며 "한진의 후원을 받았는지 모를 정도로 자유롭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물류에 엔터 입히기 가속
한진의 이번 단편 영화 투자는 로지테인먼트 일환이다. 로지테인먼트는 물류(logistics)와 문화(Entertainment)를 합친 단어다.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물류에 대한 인식을 바꿔 고객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조 사장은 "한진에 오고 나서 한진택배의 최초 집배점 사장님을 만난 적이 있다"며 "그 사장님이 '후배들이 자부심을 갖고 택배업에 종사했으면 좋겠다', '물류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해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계기로 물류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물류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로지테인먼트 일환으로 게임으로 시작해 영화까지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본업 투자에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한진은 출범 80주년에 맞춰 2025년까지 총 1조1000억원을 투자 계획을 지난 6월 내놨다. 세부적으론 풀필먼트 및 인프라(8000억원), 글로벌네트워크(1500억원), 플랫폼과 IT 및 자동화(1500억원)에 투자해 '아시아 대표 스마트 솔루션 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단 목표다.
한편 이날 조 사장은 시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이사회 합류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내년 한진 이사회에 입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진 사내이사 3명 중 2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야하는 부분도 있고 책임 영역에 관한 문제가 있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