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7조원을 넘어섰다. 계속된 수요에 차값을 높여 받을 수 있었고 우호적인 환율 효과까지 더해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기아는 올해 실적 목표를 대폭 높여세웠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기아의 브랜드력이 점점 나타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코로나 이후, 매출 계단식 성장
기아는 27일 컨콜을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6조559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2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7조233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8% 급증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기아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코로나 발병 첫해(2020년) 매출 59조원를 기록한 뒤 2021년 69조원, 2022년 86조원 등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내실 역시 갖췄다. 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8.4%로 전년동기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현대차와 비교해도 영업이익률이 높았다. ▷관련기사:현대차, 역대급 실적에 역대급 배당(1월26일)
계속된 차량 수요에 차값을 올려 받을 수 있었다. 기아의 지난 4분기 기준 ASP(평균판매단가)는 341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6% 증가했다. 여기에 마진율이 높다고 알려진 RV(레져용차량)의 판매 비중은 지난 4분기 66.8%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8.9%포인트 상승했다.
이혜인 기아 IR팀장은 이날 컨콜을 통해 "ASP가 지난 4분기 연결 기준 3410만원, 내수 기준 3130만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3000만원을 상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환율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기아는 지난해 환율 인상 효과에 힘입어 총 2조4490억원의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인센티브 절감(1조5010억원), 가격 효과(1조1160억원), 판매 증가(1조940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기아는 올해 실적 목표치를 크게 높여세웠다. 이 회사가 이날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연간 목표 매출은 97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년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29% 상향한 수치다.
주 부사장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대수는 25만대로 전년동기대비 57% 높여세웠다"며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 IRA,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 등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상품성을 높이고 탄력적인 인센티브 정책으로 극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아는 올해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어느 정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중이다. 주 부사장은 "지난해 총 생산 330만대를 예상했는데 반도체 수급난으로 약 10%인 32만대 정도가 생산 차질을 빚었다"며 "2023년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5년 내 자사주 2.5조 매입하고 절반 소각"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아는 주주 친화 정책을 펼쳐나갈 것을 약속했다. 기아는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주당 35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년대비 16.7% 상향한 수치다. 배당 규모는 총 1조4032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내놨다. 기아는 향후 5년간 총 2조5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 뒤 그중 절반은 소각할 계획이다. 기아가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는 건 자사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주 부사장은 "자동차 주식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기아가 다른 주식에 비해 저가로 진행되는 것 같다"며 "기아는 기업가치를 올리고 주가 부양을 최선을 다하고자 자사주 매입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5년간 2조5000억원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라며 "그중 50%는 소각하고 나머지 50%는 소각뿐 아니라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