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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RA 무력화 시킬 중국 배터리 전략…'한국기업 위기'

  • 2023.02.17(금) 06:00

CATL,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격차 벌려
포드-CATL 합작공장으로 북미시장 도전까지

/그래픽=비즈워치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자국뿐 아니라 해외 점유율까지 빠르게 높이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해외 시장까지 손을 뻗으면서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엔 닝더스다이(CATL)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함께 미국에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하며 위기감이 더 고조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블루 오션'으로 떠올랐던 북미 지역 전기차 시장마저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쑥쑥 크는 중국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은 2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점유율 14%에서 1년 사이 8.3%p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1위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는 한 자릿 수로 좁혀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9.7%로, 전년 대비 5.4%p(포인트) 줄었다.

중국시장 제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 그래픽=비즈워치

CATL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건 중국 전기차 수출 덕이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출 대수는 311만대로 독일을 제치고 전 세계 2위에 올랐다. 이중 전기차 수출량은 67만9000대로 전년 대비 1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전기차 수출량의 절반 정도는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 생산량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엔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탓에 CATL이 배터리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을 포함한 전체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더 심각하다. 국내 업체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격차가 벌어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총합은 전년(30.2%) 대비 6.5%p 하락한 23.7%였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중국의 CATL이 지난해 37%의 점유율로 2021년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터리 점유율 기록중이. 국내 업체 중에선 13.6%의 점유율을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높았다. SK온과 삼성SDI는 2021년 대비 각각 0.3%p, 0.1%p 내려간 5.4%, 4.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 그래픽=비즈워치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률(CATL 92.5%, BYD 167.1% 등)을 보였다. 국내 업체들의 성장률(LG에너지솔루션 18.5%, SK온 61.1%, 삼성SDI 68.5%)과 비교해 높다. 중국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기차 내수 시장을 보유한 덕분이다. 이 탓에 그동안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선 국내 업체들과 일본 파나소닉에게 점유율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최근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품질도 상당 부분 갖춰서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이며, CATL과 BYD 같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기존 LFP(리튬·인산·철)배터리에서 벗어나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등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미도 위험하다

그동안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자국과 유럽 시장에 집중해왔다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 시장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근거는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견제하기 위해 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IRA는 중국에서 생산되거나 중국에서 들여온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내 업체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국 시장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침투가 제한된다면 그만큼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배터리 업계는 북미지역 전기차 수가 지난해 130만대 정도에서 연평균 33% 성장해 2030년엔 121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걸림돌이 생겼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IRA를 피해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서다. 최근 포드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손잡고 총 35억달러(약 4조4905억원)를 투자해 미국 미시간 주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총 40만GWh(기가와트시) 규모의 LFP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포드 전기차 총 4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두 회사가 IRA를 우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라이센스 이전' 방식을 사용해서다. 포드는 CATL에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고 기술을 이전 받는 대신 공장 지분을 전부 보유한다. 공장 설립 비용도 포드가 전부 지불한다. 중국 기술로 만든 배터리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탓에 IRA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다는 허점을 노린 방법이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합작 공장이 최종 허가를 받은 사항이 아닌데다, IRA 세부 사항이 3월에 나오는 만큼 아직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포드와 CATL의 합작공장은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 지켜봐야 하는 상태"라면서 "다만 저런 방식이 허용된다면 향후 중국 업체들이 IRA를 뚫고 미국 시장에 진출할 방법이 생기는 것이어서 국내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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