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외부 감시기관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삼성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건부 재가입을 권고했다.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우려감을 표현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삼성 이사회와 경영진에 정경유착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전경련 혁신안? '단순 선언' 우려
삼성 준감위는 18일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 관계사의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논의했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의 혁신안에 대해서 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현재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고, 실제 실현 가능성과 실천 의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입장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6일 이후 열린 2차 임시회의다. 앞서 준감위는 16일 임시회의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의견 조율에 실패한 바 있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재용 당시 부회장은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과거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새 출발을 준비 중이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소(한경연)를 흡수 통합하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단체 명칭을 바꾸는 안을 추진한다.
전경련이 아닌 한경연에는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이 현재도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4대 그룹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한경협으로 회원사 자격이 자동 승계된다. 즉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전경련 재가입'이라고 보는 셈이다.
이는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두고 정경유착의 우려가 깊은 만큼, 기업이 직접적으로 전경련에 재가입하는 인상을 남기지 않겠다는 묘수이기도 하다.
준감위는 이같은 전경련 개편안 등을 검토해 봤을 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이 위원장은 "전경련의 인적 구성 및 운영에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정경유착 시 '즉시 탈퇴' 권고
이날 준감위는 전경련의 '환골탈태'에 의문을 표하면서, 이사회에서 재가입을 결정할 경우 '정경유착 행위 지속 시 즉시 탈퇴' 조건을 설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 위원장은 "최종 가입 여부는 이사회와 경영진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준감위는 만약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 및 회계에서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거친 후 결정하는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독립적인 판단을 위해 이밖에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5개 계열사(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는 이번 준감위 권고를 토대로 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 만약 삼성이 전경련 복귀로 최종 결론을 내면 4대 그룹의 재가입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각 그룹의 재가입 결정은 전경련 총회일인 이달 22일 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명칭 변경과 함께 류진 풍산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