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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주인찾기]①고래 삼킬 새우 나올까

  • 2023.08.30(수) 07:10

국내 3곳·해외 1곳 인수전 뛰어들어
'승자의 저주 우려·인수후 고배당 막아야' 지적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HMM의 주인찾기 여정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몸값이 높아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HMM을 매각해야 하는 KDB산업은행과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을 둘러싼 상황을 짚어보고 매각 가능성을 점쳐본다. [편집자]

HMM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 기업은 LX, 하림, 동원그룹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산 규모가 HMM 보다 현저히 작다는 점이다. HMM 인수에 성공하는 국내 기업이 나올 경우,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상황인 셈이다. HMM의 높은 몸값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HMM에 눈독을 들이는 해외 기업도 있다. 독일 컨테이선 선사 하파그로이드로, 인수여력 측면에선 가장 앞선다는 평가다. 다만 국가 기간산업을 해외 기업에 매각하는 게 타당치 못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숏리스트(투자적격후보)에서 하파그로이드를 제외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산은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구성하는 '하림·동원'

HMM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자산 규모(대기업집단 기준)를 살펴보면 하림그룹 17조1000억원, LX그룹 11조2000억원, 동원그룹(금융업 제외) 8조9000억원 순이다. 이들 모두 HMM의 자산 규모(25조8000억원)를 크게 밑돈다. 

현금 상황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LX그룹 2조5000억원, 하림그룹 1조4744억원, 동원그룹 6145억원 순이었다. HMM의 몸값이 5조~7조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자체적으로 인수 가능한 기업이 없는 셈이다. 

자체 인수 여력이 떨어지다보니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은 외부 투자자와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림그룹은 오랜 파트너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하림과 JKL 파트너스는 2015년 해운업체 팬오션 인수에 성공한 바 있다. 최종적으로 불발됐지만 2021년에 이스타항공 인수에 함께 나서기도 했다. 이외에도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과도 손 잡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림그룹은 계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기대 중이다. 팬오션은 벌크선(철강·석탄·곡물 등 원자재를 대용량으로 실어 나르는 선박)의 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매출의 약 70%가 벌크선 부문에서 나왔다. 이에 반해 HMM은 매출의 80%가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MM이 최근 벌크선 사업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관련 선박 매입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벌크선 위주인 팬오션과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그룹은 한국금융투자그룹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그룹도 HMM 인수 명분으로 물류 시너지를 앞세우고 있다. 해상운송 부문 항만(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육상물류(동원로엑스)를 연결하는 종합물류포트폴리오를 갖춰 종합물류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독자로 나선 'LX'

/사진=HMM 제공.

LX그룹은 독자 노선을 택했다. 다만 넉넉지 못한 현금 상황 등을 감안, 추후 방계그룹인 LG·GS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LX그룹은 HMM 인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산은과 LX그룹 고위 관계자가 만나 인수 의향 등을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LX그룹 측은 "만난 것은 맞지만 인수를 목적으로 만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LX그룹은 HMM 인수에 나설 경우 증자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할 주식수를 기존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확대하는 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사측은 "발행 주식수 한도가 임박해 발행 가능 주식 수를 사전에 늘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LX그룹 역시 물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LX그룹은 LX판토스를 통해 물류 사업을 영위 중이다. 항공, 해운, 철도 등 다양한 물류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최근에는 그룹 차원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포승그린파워 지분 63%를 1000억원 매입한 바 있다. 포승그린파워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LX그룹 구본준 회장이 재계 자산순위를 높이려 할 수 있다"며 "최근 공격적으로 M&A 행보로 자산 규모를 키우는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선사, 넌 왜?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도 이번 HMM 인수에 뛰어들었다. 특히 자금 동원력 면에서 다른 국내 기업보다 앞서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파그로이드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7억달러(약 9조원) 내외다. 

하파그로이드의 글로벌 점유율은 6.9%로 HMM(2.9%)보다 높다. 하지만 북미 노선 점유율은 HMM보다 뒤떨어져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하파그로이드는 대서양-북미 노선의 강자로 불려왔다"며 "HMM 인수를 통해 아시아 거점 지역을 확보하고 태평양-북미 노선 비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HMM 개인 주주들이 하파그로이드의 인수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홍이표 HMM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배당성향, 사업 시너지 면에서 HMM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후보는 하파그로이드"라며 "산은과 해진공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한다. 해운업이 국가 기간 산업인 만큼 외국계 기업에 HMM을 매각하는 게 적절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여력이 있다하더라도 해외 기업에 국내 유일 선사를 매각하는 건 산은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도 숏리스트(투자적격후보)에 국내 기업을 추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국적선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 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산은이 하파그로이드를 숏리스트에서 제외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파그로이드에게 HMM 실사기회를 줄 경우 경영핵심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숏리스트를 아직 추리지 않은 상황이며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일각에서는 이번 예비입찰에 응한 기업 중 적절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으로 우려 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큰 업종"이라며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 기업 중 해운업황이 침체 국면에 진입했을 때 버틸 수 있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수 이후 고배당을 활용해 인수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HMM의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1조9456억원에 달했다. 산은은 인수 이후, 대규모 배당을 막기 위해 인수자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다른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HMM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할까 우려된다"며 "과도한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막는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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