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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실적 비상등' 켜진 K배터리…"3분기 분수령"

  • 2024.04.11(목) 06:50

글로벌 EV 수요 둔화 탓…상반기 실적 후퇴 무게
수급·투자전략 조율…신임 CEO 위기전략 도마 위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실제 올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가량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요. 이러한 실적 하락세는 비단 한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러한 침체 기조가 이어질 것이냐'는 물음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증권가는 "2분기에 바닥을 치고 3분기부터 반등이 기대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데요. 반면 전문가들은 "배터리 업계 둔화세는 향후 3~4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각사는 올해 3분기께 수급일정 및 투자비용 조율을 필히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대립을 이루는 상황입니다. 

LG엔솔 1Q 사실상 적전…삼성SDI·SK온 '동병상련'

LG에너지솔루션 실적 추이./그래픽=비즈워치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잠정실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9% 감소한 6조128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2% 쪼그라든 1573억원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한 세액공제(AMPC) 1889억원을 제외하면 316억원 영업손실에 머물렀습니다. 사실상 적자전환인 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AMPC을 영업이익에 반영해왔습니다. 지난해 1분기 1003억원·2분기 1109억원·3분기 2155억원·4분기 2501억원 등 혜택을 받아왔는데, 이를 제외하고 적자로 돌아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증권가는 실적 부진 흐름이 업계 전반에 나타날 것으로 진단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1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5조2098억원, 영업이익 2442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34.9% 낮은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SK온은 4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글로벌 전기차시장 성장률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전방 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가 주 원인으로 꼽힙니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수록 배터리 생산이 줄고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109.0%를 기록한 지난 2021년 이후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배경으로는 △얼리어답터 초기 구매 수요 완결로 인한 대기 수요 감소 △충전 인프라 부족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실물 경기 및 소비심리 위축 등이 지목됩니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SNE리서치는 올 한 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으로 약 1641만대를 예상, 전년 대비 16.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인 33.5% 대비 반토막 수준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인도량에서도 직접 드러납니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고요. 제너럴모터스(GM)의 1분기 전기차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1만6425대를 기록했습니다.

업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완성차 기업들은 전략조정에 나섰습니다. 포드는 북미 지역 전기차 출시 계획을 1~2년 연기했고, GM도 전기 트럭 생산을 1년 미뤘습니다. 

"EV 수요침체, 3~4년 지속"…대안은?

배터리가 차세대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업계 안팎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 업황의 반등 시점이 언제인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우선 증권가 내에선 "올해 3분기부터 안정화가 가능할 것"이란 진단이 나옵니다. "올해 초 리튬 가격이 바닥을 딛고 10% 이상 반등한 상황에서 판가는 2분기에 저점을 형성한 후 3분기에 안정화가 예상된다"는 게 다수 연구원들의 전망입니다.

반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대조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배터리 납품 및 생산량이 늘어야 하는데, 올 하반기에도 이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봅니다. 향후 3~4년간 전기차 시장이 과거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가능성은 적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비슷한 정도의 전기차가 이르면 2028년경에 나올 예정"이라며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는 '실과 바늘' 공생 관계인 것을 고려하면 이때까지 배터리 업황은 숨 고르기 기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해당 기간동안 배터리 기업들은 생산량을 조절하고, 투자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율 시점은 올해 3분기경으로 좁혀집니다.

김 교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생산시설 준공 시점을 늦추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관련 계획을 올해 3분기 정도에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업황이 위기일 때 장기적 반등을 모색할 방법은 생산시설 투자 비중을 줄이고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일 연구개발에 집중하지 않고 시장 활성화를 마냥 기다리겠다는 것이 국내 기업들의 전략이라면, 이는 양수 시설 없이 빗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과 똑같은 이치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도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2곳의 수장이 지난해 말에 교체됐는데 이미 결정된 올해 투자 계획을 이들이 상반기 내 변경하긴 힘들어 보이고 결국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3분기부터는 신임 대표들의 색채가 점차 드러나야 할 시점이고 각사의 위기전략이 제대로 펼쳐져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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