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Fab)과 업무 시설 건설에 약 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용인 클러스터를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만드는 계획의 첫 단계다.
SK하이닉스는 26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과 업무 시설을 건설하는 데 약 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정해진 용인 클러스터 첫 팹의 투자 규모를 이사회에서 승인받아 처음 발표한 것이다.
경기도 용인 원삼면 일대 415만㎡ 규모 부지에 조성되는 용인 클러스터는 현재 부지 정지·인프라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최첨단 팹 4개를 짓고, 국내외 50여 개 소부장 기업들과 함께 반도체 협력단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에 승인된 투자액에는 1기 팹과 함께 △부대시설 △업무지원동 △복지시설 등 클러스터 초기 운영에 필요한 각종 건설 비용이 포함됐다. 투자 기간은 올해 8월부터 2028년 말까지다. 팹 건설을 준비하기 위한 설계 기간과 2028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업무지원동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첫 번째 팹에서 대표적인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비롯한 차세대 D램을 생산할 예정이다. 완공 시점 시장 수요에 맞춰 다른 제품 생산에도 팹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실증, 평가를 돕기 위한 '미니팹'도 1기 팹 내부에 구축할 계획이다. 실제 생산 현장과 유사한 환경을 소부장 협력사들에게 제공하고, 자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차원이다. 미니팹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을 실증하기 위해 300mm 웨이퍼 공정장비를 갖춘 연구시설을 말한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정해진 일정대로 용인 클러스터에 들어설 첫 팹을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에 준공할 계획"이라며 "회사의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고, 급증하고 있는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팹 건설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첫 팹 건설 이후 나머지 3개 팹도 순차적으로 완공해 용인 클러스터를 '글로벌 AI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AI용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주요 기지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해당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2046년까지 약 1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김영식 SK하이닉스 제조기술담당 부사장은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성장 기반이자 협력사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혁신과 상생의 장이 될 것"이라며 "대규모 산단 구축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