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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빨라진 '뉴삼성' 시계추…JY '이것'에 사활 건다

  • 2025.02.04(화) 18:19

항소심 이튿날 글로벌 행보 첫 포문
등기이사 복귀·컨트롤타워 재건 유력
반도체 정상화·미래 동력 선점 과제

서울고등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은 3일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는 이재용 회장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발목을 10년간 잡아 온 '사법 족쇄'가 드디어 풀렸습니다. 지난 3일 이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 받았는데요. 최근 반도체 부진 등으로 '삼성 위기론'까지 불거졌지만, 그룹 총수가 사법리스크서 벗어남에 따라 본격적인 기류 전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간 법정에만 100여 차례 출석한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 탓에 미온적 경영을 이어왔습니다. 2019년 등기이사서 물러난 이후 여태껏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 지난해 10월 이후로는 대외활동도 중단했었죠. 당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경영 행보를 자제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전 세계를 누비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타 기업 오너들과 다소 대조적인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입니다.

문제는 이 회장이 대외활동을 중단한 지난해 10월 이후 대내외 정세가 급변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국내에선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경기가 악화했고 미국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 관세인상 및 반도체 보조금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형국이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재판 일지./그래픽=비즈워치

한·미·일 'AI 3각 동맹' 가속

다행히 '뉴삼성' 경영 시계가 빨라질 전망입니다. 이 회장은 4일 항소심 이후 첫 공식 행보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3자 회동을 가졌습니다. 선고 이후 하루 만에 대규모 글로벌 협업에 직접 나선 겁니다.

이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스타게이트'는 민간 기업 주도하에 슈퍼컴퓨터 및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삼성전자가 이에 협력할 경우,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메모리 칩을 공급하게 될 전망인데요. 올해 이 회장의 첫 대외 경영활동인 만큼 그룹 안팎에서도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한데요. 삼성그룹 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조차도 책임경영 강화 차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일각선 이르면 이달 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아울러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10년 가까이 그룹을 책임질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부재했는데요. 현재 각 계열사의 독립성을 유지·조율하는 수준에서 사업지원TF가 운영 중이지만, 그룹 차원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긴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 당시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관계사 컨설팅을 하는 경영진단실을 신설, 미전실 역할 일부를 회복하며 '컨트롤타워 재건의 밑그림'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해당 조직의 기능을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경영에만 전념할 컨트롤타워 발족해야"

이재용 삼성회장 향후 경영행보 예상./그래픽=비즈워치

전문가들은 이 회장의 묵은 족쇄가 풀린 만큼 본인의 경영 능력을 본격 증명해야 할 때라고 조언합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이재용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이나 구상을 보이지 않으며 선대회장 대비 색채가 옅었고 결과론적이지만 그룹의 실적도 좋지 않았다"며 "그 배경은 이 회장의 역량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사법리스크가 족쇄가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정중동 모드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설명인데요.

이어 황 교수는 "항소심 결과가 나온 이후 사업 전략에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것"이라며 "과거의 컨트롤타워가 정경유착의 고리였다면 이제는 오롯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기구로 발족시키고 체제 조직 개편을 비롯해 사업단위와 포트폴리오 등 이재용만의 워딩으로 전략을 펼쳐야 할 때"라고 제언했습니다.

또 등기이사 복귀 여부는 검찰의 상고 여부가 관건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황 교수는 "검찰이 상고 여부를 검토한다고 하니 아직 미완의 상황"이라면서도 "만일 여기서 마무리가 된다면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서 등기이사 복귀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정상화도 과제로 꼽힙니다. SK하이닉스에게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서 뒤지고 있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와 점유율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AI·로봇·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역시 절실하죠. 유망기업을 인수해 성장발판을 만들고,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구글은 유튜브를 각각 인수해 크게 성장했다"며 "삼성도 100조원이 넘는 현금자산이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기업을 인수해 신성장 동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급인력이 대거 경쟁사로 이직해 HBM을 실기한 것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차이는 장기전략 및 추진력에 있으니 10~20년을 내다보고 장기전략으로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재용 회장 혐의 쟁점별 판단./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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