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배터리는 오히려 AI 데이터센터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영역이 무한히 확장되고 있습니다."
11일 사흘간 일정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전시는 전기차(EV)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인 '캐즘'을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셀 제조를 넘어 인공지능(AI) 시대의 에너지 인프라를 장악하려는 리딩 기업들의 미래 전략을 현장에서 직접 살펴봤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우리가 책임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에서 차세대 배터리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 셀과 목업용 모듈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LIB)의 한계를 넘어서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갖춘 제품이다.
전략의 핵심은 시장별 차별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 양산 안정성이 높은 '흑연계 전고체 배터리'를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우선 공급하고 2030년에는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무음극계 전고체 배터리'를 휴머노이드 로봇과 항공 UAM 시장에 투입한다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특히 무음극계 방식은 음극재 없이 집전체만 활용해 부피를 줄일 수 있어 공간 제약이 큰 로봇 어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꼽힌다.
에너지 인프라 측면에서는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6' 수상작인 LFP ESS 'JF2 DC LINK 5.0'과 AI 데이터센터용 UPS(무정전 전원장치)인 JP6 랙 시스템을 전면에 배치했다. 김제영 CTO는 "30년간 축적한 9만여건의 특허 자산을 AI로 압축해 R&D 속도를 높이는 AX(AI 전환)를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인사이드 AI(Inside AI)'를 콘셉트로 부스 중앙에 실제 IT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재현했다. 이곳에서 처음 공개된 UPS용 각형 배터리 'U8A1'은 기존 제품 대비 공간 효율을 33% 개선해 데이터센터의 밀도를 높이는 데 최적화됐다. 또한 데이터 소실을 막는 BBU용 초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는 정전 시 저장 대기시간을 50% 이상 늘려 안정성을 확보했다.
삼성SDI는 로봇 시장을 겨냥한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도 첫 공개했다. 기존 전기차용 각형 외에 폼팩터를 다변화해 휴머노이드와 웨어러블 기기까지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은 "미래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이끌 혁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면서 "AI 시대의 글로벌 배터리 기술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CTP(셀투팩) 통합 패키지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팩 기술력을 선보였다. 오는 2027년 양산 목표인 파우치 CTP와 냉각 성능을 3배 높인 대면적 냉각(LSC) 기술이 핵심이다.
특히 SK엔무브와 협력한 액침냉각 팩은 극한 환경에서도 배터리 수명을 유지하는 미래 기술로 주목받았다. 부스 한복판에는 현대위아의 물류로봇(AMR)이 전시돼 SK온의 하이니켈 배터리가 산업용 로봇 생태계의 핵심 동력임을 입증했다. 이 밖에도 10%에서 80%까지 7분 만에 충전 가능한 초급속 충전 기술과 1000Wh/L급 황화물계 전고체 기술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소재 독립과 생태계 시너지가 핵심"
소재와 인프라 기업들도 비중국화와 수직계열화를 화두로 던졌다. 포스코퓨처엠은 모든 사물이 배터리로 구동되는 'BoT(Battery of Things·사물 배터리)' 시대를 위한 소재 라인업을 배치했다. 451㎡ 규모의 부스에서는 니켈 95% 이상의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가 단연 돋보였다.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자율주행EV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최적화된 소재다. 엄기천 대표는 "올 연말 LFP 양극재 양산에 돌입하고 5만톤 규모의 전용 공장을 착공할 것"이라며 "2027년 양산 예정인 실리콘음극재(Si-C)와 함께 리튬 광산에서 리사이클링까지 이어지는 그룹 차원의 공급망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LS그룹은 LS일렉트릭과 LS MnM 등 7개 계열사가 406㎡ 공간에서 소재부터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LS 밸류체인을 과시했다. LS MnM은 온산 공장의 4분기 양산을 예고하며 비금지외국기관(Non PFE) 공급망 구축 성과를 시각화했다.
LS일렉트릭은 AI 기반 '올인원 ESS 플랫폼'과 차세대 직류(DC) 배전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LS머트리얼즈가 최초 공개한 데이터센터용 울트라캐퍼시터 '셀듈(Celldule)'은 전력 피크 이슈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엘앤에프는 2026년 하반기 국내 최초 LFP 양산 돌입을 선언하며 차세대 소재 포트폴리오를 전격 공개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니켈 함량 95% 수준의 울트라 하이니켈 NCM(A) 양극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Fe2O3 공법(무전구체 LFP)을 도입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망 독립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엘앤에프는 기존 하이니켈 NCM과 고전압 미드니켈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수성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내 최초 LFP 양극재를 통해 보급형 시장까지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을 완성할 방침이다. 허제홍 대표는 "PD 2.70g/cc급 초고밀도 LFP 제품까지 상용화해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에 장악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