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금에 이어 은과 구릿값도 들썩이고 있다. 상승 속도만 놓고 보면 금의 기세를 완전히 눌러선 모양새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원자재 시장으로도 몰려들고 있는데다 긍정적인 수급 요인까지 더해지며 금은동 3총사의 질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금보다 덜 오른 은, 수급도 우호적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금은 실로 황금기를 맞았다. 그러나 금뿐만 아니라 은 가격도 크게 뛰었고 최근 상승 속도는 금을 추월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21~22일 사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X)에서 거래되는 은 현물 가격은 14% 급등했다. 코로나19 이전 온스 당 20달러 밑에서 거래되던 은 가격은 코로나 여파로 12달러 선까지 빠졌지만 최근 반등세를 지속하며 22달러 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은 가격이 크게 오른 데는 금과 마찬가지로 달러 약세 영향이 크다. 유로화나 이머징 통화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달러값이 떨어지자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리스크 회피를 위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금값을 끌어올렸다. 달러도 안전자산에 속한다. 대신 금의 경우 물가 상승을 헤지하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달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코로나 직후엔 안전자산 요인이 컸다면 최근 금과 은값이 오른 데는 경기부양으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는 성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
이에 더해 은의 경우 다른 상품 대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금과 비교하면서 은은 상대적으로 별로 오르지 못했다"며 "금 대비 은의 상대 강도가 최소 최근 2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체적인 수급 요인도 크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로 광산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반면 그린 에너지 정책으로 태양광 집전판 소재에 들어가는 은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 구리, 금과 동반 강세 주목…하반기 전망 밝아
은뿐만 아니라 구릿값 강세도 눈에 띈다. 구리 가격은 지난주까지 8주 연속 상승해 톤당 6400달러대로 급등, 1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 역시 코로나로 여파로 급락 후 유동성이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이 뛰었는데 반등세가 가팔라지며 알루미늄이나 니켈 등과 달리 연초 수준을 훨씬 넘어선 상태다.
구리 역시 수급 상황이 가격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소 구리 수요가 큰 중국 등이 코로나에서 가장 먼저 회복되고 있는 데다 구리를 생산하는 칠레나 페루 등에서는 채굴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구리의 경우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금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회복 시기에는 동반 강세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금과 구리 가격이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 기대가 크고 향후 추가 강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는 부분으로 지목된다.
신한금융투자는 "구리 수요 비중이 50% 이상인 중국에서 제조업 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프라 투자도 수요에 긍정적인 만큼 톤당 5500~7000달러 밴드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금과 구리가 동행하기 시작한 것은 경기국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구릿값 상승이 빠르지만 과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원자재 시장 강세가 하반기 중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