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코스피 3000시대다. 빠른 상승 속도에 일부서 거품론이 제기되지만 동학개미를 필두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상황이 추세 상승에 힘을 싣고 있다. 황금기를 맞은 국내 증시 상황은 금융상품 투자자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직접 투자가 대세지만 고점 부담과 함께 장기 자산 배분 관점에서 3000시대에 올라탈 금융상품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향후 시장 전망과 투자법, 3000시대에 더욱 빛날 상품들을 모아봤다.[편집자]
코스피지수가 대망의 3000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전례 없는 풍부한 유동성에 더해 개인 투자자들이 상승장을 이끌면서 과거와 다른 역사적 고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속도에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방향성은 여전히 위로 열려있다는 얘기다.
가파른 상승 속도로 일부에서는 신중론과 거품 경고가 나오지만 증시에서 거인이 되어버린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세를 바탕으로 3000선 안착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동학개미가 새로 쓴 역사
코스피는 지난해 1년 10개월 만에 2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곧바로 3000시대로 직행했다. 1989년 3월 1000선을 뚫었고, 2000선에 진입한 2007년 7월 이후 근 14년 만에 증시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수보다 먼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980조5000억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기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920조원을 웃돈다. 전날(5일) 코스피 시가총액은 2120조대를 기록, 2000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3000 돌파 뒤에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재평가 요인도 있지만 결정적인 주역은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지난해 불어든 동학개미 열풍이 자리한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원으로 전년대비 6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2019년까지 2조~3조원대를 넘나들다 퀀텀 점프한 셈이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투자자 비중 역시 70%에 육박하고 있다.
동학개미는 코로나 폭락세 이후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순매도로 일관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당시와 달리 외국인은 12조원 이상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30조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증시 상승을 이끌면서 언택트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산업에 매수세를 집중한 것도 완전히 달라진 개미의 모습을 보여준다.
◇ 더 갈 수 있는 이유
전문가들은 고점 부담에도 올해 증시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주들의 모멘텀이 꾸준한 데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풍부한 유동성도 쉽게 꺾일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증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성장산업 혹은 기업 부상 속에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좌초 산업 혹은 기업들이 등장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이에 편승하거나 성장하는 산업 및 기업이 선호 받는 시장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기존에 자금이 몰렸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과거와 달리 단순 낙폭 과대주가 아닌 우량주나 주도주로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주식 배당수익률이 채권이나 예적금 금리를 웃돌고 있다.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풍부한 유동성 측면은 물론 개인 투자자의 주식투자에 대한 태도가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개인 주도 장세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추종 매매가 아닌 주식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2007년 활황기 때보다 낮은 만큼 상승을 주도하지 못해도 최소한 지수 하단을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B투자증권도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3120선으로 상향하며 글로벌 경기 정상화 순항과 IT 중심 한국 수출경기 호조, 국내 기업이익 전망 상향 조정 본격화, 글로벌 주식시장의 높은 주가수익비율(PER) 환경 등을 추가 상승 근거로 제시했다.
◇ 고점 신중론에 거품 붕괴 경고음도
물론 최근 가파르게 오른 상승 속도는 부담이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만큼 기대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30.75% 상승하며 2009년 금융위기 회복국면(49.65%)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11월 이후 두 달여 기간 동안 25% 넘게 올랐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막대한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올해 물가상승률이 3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이유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말연초 급등으로 단기 과열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자리하고, 연속 상승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면서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때"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과거 9주 연속 코스피가 상승했던 경우는 9번으로 대부분 2~5주 동안 10~20%까지 가격 조정을 받은 후 2차 강세가 전개되며 중장기 추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큰 조정 없이 상승세를 이어간 경우에는 IT 버블이나 금융위기를 맞으며 추세가 하락 반전했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테크(Tech) 섹터는 자금 쏠림 우려가 있어 체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금리 변동성 확대와 3월 이후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도 염두에 둘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