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지배구조 개선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향후 주가 흐름에 시선이 쏠린다.
비정상적 지배구조 개선으로 기업가치가 재평가받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주가는 8만원대 중반까지 껑충 뛰었다.
다만, 일각에선 행동주의펀드와의 갈등 해소로 주가 상승을 이끌던 모멘텀이 사라졌다는 시각도 있다. 3월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지분 매각 이슈도 눈여겨 봐야하는 포인트다.
"멋지다 에셈아, 브라보 에스엠"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설 연휴 직전 에스엠은 얼라인파트너스과 합의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 12가지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에스엠은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를 이사회 구성원인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하기로 했다. 사외이사 추천 시스템의 중립성과 독립성도 강화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외부인사를 포함해 임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린다.
이와 함께 사내이사 즉, 에스엠 측 인사를 제외한 사외이사와 감사만 참여하는 내부거래위원회도 구성했다. 계열사와의 거래를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셈이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의존하고 있던 프로듀싱도 멀티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언했다.
증권가에선 주가 발목을 잡던 고질적인 저평가 요인을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밑 빠진 독의 구멍을 메울 것이란 기대다. 그간 라이크기획과 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와 에스엠브랜드마케팅 등 에스엠의 비상장 계열사들은 각각 음원, 콘서트, 굿즈(MD) 및 메타버스 등 핵심 사업을 도맡아왔다.
그러나 에스엠이 이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탓에 계열사에 발생하는 이익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작년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스엠이 보유한 드림메이커 지분은 59.93%, 브랜드마케팅 지분은 42.04%이다. 특히 브랜드마케팅은 지분율이 40%가 넘는데도 잔여 지분을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대부분 보유중이어서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없다. 라이크기획은 아예 에스엠 지분이 전혀 없다. 이 총괄 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쥐고 있다.
에스엠과 자회사가 보유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기로 약속한 점도 펀더멘탈 개선 배경으로 꼽힌다. 와이너리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과 40개 계열사에 대한 통폐합, 매각작업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증권가에선 '멋지다 에셈아'란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에스엠을 엔터 업종 최선호주로 지목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들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없는' 포스트 에스엠 시대에서 이사회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며 "이는 필연적으로 실적과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도 "에스엠 지분율이 낮은 핵심 관계사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고 불필요한 관계사를 매각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멀티 프로듀싱 체제 도입으로 아티스트 활동이 체계화되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아있는 변수는...주총에 '시선집중'
반면 약 1년 동안 이어진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 활동이 끝나면서 주가 상승 재료가 사라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이번 지배구조개선 합의를 계기로 향후 에스엠의 우호주주로 남기로 하면서 양측간 지분경쟁 가능성이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친 바 있다.
통상 지분 경쟁은 주가 반등 재료로 인식한다. 실제로 에스엠 주가는 지난해 6만~7만원대를 횡보하다가 연초 8만원대 중반으로 뛰었다. 한해간 43.80% 오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엔터업종 애널리스트는 "주가 방향성은 결국 시장이 평가하는 이번 합의가 가져올 영향력에 달렸다"며 "현 주가가 비싸고 모멘텀이 소실됐다고 판단한다면 매도 물량이 쏟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주들이 추가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건 인수합병(M&A)이다. 지난 2021년 5월 에스엠은 지분 피인수설에 대해 '사업제휴 및 지분투자 관련 다각적인 논의를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어떠한 내용도 확정된 바 없다'는 해명 공시를 낸 이후, 2년째 똑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분 매각 의사 자체는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주주 지분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주가나 소액주주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아직 국내 자본시장에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부재한 탓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인수회사가 피인수회사 지분을 취득할 때 최대주주 지분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의 지분까지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인수회사가 상장사 주식을 25% 이상 매입할 때 의무적으로 '50%+1주'를 공개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최종적인 정책도 시행일정도 미정이다.
물론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처럼 인수회사가 자발적으로 소액주주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코리아와 MBK파트너스로 이뤄진 UCK컨소시엄은 오스템임플란트의 1주당 가격을 19만원으로 책정하고 공개매수에 나섰다.
따라서 3월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시선이 쏠린다. 이기훈 연구원은 "3월 주총을 통해 어디에 경영권이 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혹은 주총 전후로 지분과 관련한 이슈들이 재점화 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