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주총의 핵심 키워드는 대표이사 선임과 배당절차 개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수 증권사가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면서 기존 사령탑을 유지하는 반면 일부는 경영진 교체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꾀한다.
금융당국이 '깜깜이 배당' 개선을 권고하면서 대부분의 증권사가 배당금을 먼저 결정한 후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해당 안건이 통과 후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먼저 확인하고 증권주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미래에셋·키움 등 대표 연임…다올·토스·한화 교체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증권사들은 정기주총을 개최하고 주요 안건을 의결한다.
우선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안건을 올린 증권사는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가나다 순) 등 8곳이다.
교보증권은 이석기 사장을,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황현순 사장, 현대차증권은 최병철 사장의 대표이사 연임 안건을 올렸다.
다올투자증권은 황준호 다올저축은행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황 대표는 36년 경력의 금융투자업계 대표적 전략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대우증권 부사장과 다올투자증권 그룹전략부문 대표를 거쳐 현재는 다올저축은행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토스증권은 영상공유 플랫폼 '틱톡'의 비즈니스솔루션을 담당한 김승연 총괄(제너럴 매니저)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김 총괄은 온라인 플랫폼 및 마케팅 전문가로 틱톡에 몸담기 전 구글 아시아지역 마케팅을 총괄했다. 지난해 7월 대표이사에 올랐던 오창훈 토스증권 대표이사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한두희 한화자산운용 대표를 선임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자산운용사, 증권사, 보험사를 오가면서 금융투자업계 내 풍부한 경험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대표이사뿐 아니라 신규 사내·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도 다수 올라왔다.
미래에셋증권은 김미섭 글로벌 사업담당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김 대표는 지난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미래에셋그룹의 성장을 도운 창업 공신 중 한 명이다.
현대차증권은 도신규 전무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도 전무는 현대차 재경사업본부장,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새 사내이사로 이주한 부사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새로운 사외이사로는 나재철 전 금융투자협회장과 정갑재 전 금융감독원 금융교육협력관을 추천했다.
하나증권은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전 전 대표는 지난 1985년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에서 공직 생활을 한 경제관료 출신 금융인이다. 지난 2008년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부문 전무를 맡으며 금투업계에 발을 들였다.
SK증권은 박태형 IB총괄 사장과 구자원 비서실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브릿지증권, 교보증권 임원을 거친 뒤 SK증권에 합류해 리테일본부장, 법인영업본부장, 자산관리(WM)사업부문장, IB총괄 사장 등을 맡았다.
대다수 증권사, 깜깜이 배당 개선 나서
이번 증권사 주총에서 또 눈여겨볼 만한 것은 '깜깜이 배당'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배당절차 개선방안과 법무부 유권해석을 고려한 것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결정하고 다음 해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르고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배당절차 문제 개선 방안을 내놓고 증권사들에 깜깜이 배당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등이 배당개선 안건을 올렸으며, 지난 17일 주총을 진행한 삼성증권은 이미 배당개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더해 NH투자증권은 분기 배당을 시행하기 위한 정관 변경 안건도 주총에 올렸다. 안건이 통과되면 NH투자증권은 3월, 6월, 9월 말 주주를 확정한 후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
다만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의 경우 이번 주총에 배당개선 안건은 올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