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내년 6월말까지 주식 공매도 제도를 전면 금지한다. 당국은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무차입 공매도 등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한시적 공매도 전면금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조치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이다. 이후 금융당국은 2021년 5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공매도를 재개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11월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그동안 부분 허용되어온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350개 종목)을 포함, 모든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시장조성자, 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공매도는 일부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존 2020년 3월 공매도 전면 금지 당시와 동일한 사안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배경에 대해 "최근 고금리 지속 및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고, 이스라엘‧하마스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하반기 국내 증시 변동성이 해외 주요 증시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불법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조치 등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기관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시장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 등이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금지와 더불어 공매도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당국은 이번 공매도 금지기간을 불법공매도 근절의 원점으로 삼고 유관기관과 함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전향적으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해온 대주 상환기간, 담보비율 등에서 외국인‧기관투자자와 차이가 있다는 부분을 해소할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기관투자자는 상환기간이 무제한인 반면 개인투자자는 90일로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 담보비율 역시 외국인‧기관은 105%인 반면 개인투자자는 120%로 더 높다는 점 등을 공매도 제도의 불공평한 지점으로 꼽아 왔다.
또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안도 모색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해온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외국인‧기관투자자가 공매도 주문을 넣고 이를 국내 증권사들이 받아 주문을 넣는 과정 등이 수기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공매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글로벌IB 등 외국인 투자자들을 전수 조사해 무차입 공매도를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공매도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지만 주식을 빌려 주가가 떨어질 때를 노려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식을 빌린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넣는 차입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공매도는 불법공매도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무차입 공매도로 사익을 추구한 외국계 금융사 2곳(BNP파리바‧HSBC)을 적발했다. ▷관련기사: 작심하고 '무차입 공매도'로 재미본 '글로벌IB' 2곳 적발(10월 15일)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시장전문가‧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 내용을 조속히 마련하고, 제도개선 과제들이 신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조성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가 모든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