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 도입할 'ESG공시' 의무화와 관련, 앞서 어떤 기준을 마련할지를 두고 업계 및 관련 전문가 등과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최대한 해외 국가들이 시행하는 ESG공시와 일관된 틀을 마련하고 제조업 비중이 많은 국내 산업특성을 반영해 ESG공시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국내 ESG공시기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 및 국민연금기금, KB금융지주, 회계법인, 학계 등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기업 ESG, 선택 아닌 필수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블랙록 등 대형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기업 ESG이슈를 고려해 투자의사를 결정하고 있다"며 "글로벌 ESG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우리 경제와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ESG공시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국내 ESG공시제도를 2026년 이후 도입하기로 하면서 초기에는 제재 수준도 최소한으로 적용하고 공시기준 역시 국제적 공감대가 만들어진 기후 분야부터 우선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경과 사회에 이롭고 기업 내 지배구조도 건전한 방향으로 경영하고 있는 지 여부를 평가하는 도구다.
ESG평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이 ESG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를 주요 투자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기업 역시 ESG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지 여부를 투자자에게 상세히 알릴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위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애초 자산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5년부터 ESG공시 의무화를 적용하려 했지만 미국 등 주요 해외국가들의 ESG공시 의무화가 늦어지고 있고, 상장사들도 충분한 준비기간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의무화 시기를 2026년으로 연기했다.ESG공시, 국제 기준과 통일
2026년 ESG공시 의무화에 맞춰 금융위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대략적인 ESG공시기준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먼저 글로벌 정합성을 갖추는데 초점을 둘 계획이다.
가령 미국의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할 때 ESG공시를 참고하는데 이 때 공시 내용이나 틀, 방향 등이 미국과 맞지 않다면 국내 상장사들은 미국 투자자들에 맞춘 공시를 내놔야 한다. 결국 상장사들은 국내용 ESG공시와 해외용 ESG공시 두 가지를 이중으로 공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미국, EU 등 주요국의 ESG공시기준과 상호운용이 가능한 글로벌 공시기준(가령 ISSB기준)을 기반으로 국내 ESG공시기준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제조업 많은 국내 산업특성 반영
아울러 금융위는 국내 산업구조와 기업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ESG공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제조업 비중이 높아 탄소배출 감축이 쉽지 않은 구조적 특성을 ESG공시기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기준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10.7%이고, 2022년 기준 영국과 독일의 제조업 비중은 각각 8.4%, 20.5% 수준이다. 반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5.6%로 가장 높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공시기준 제정 과정에서 국내 산업구조 특징과 기업 준비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국내 기업의 ESG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한다.
또 기업들이 ESG규제 강화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글로벌 ESG공시기준 번역, 공시 가이드라인 제공 등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는 올해 3~4월 중 국내 ESG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추가적인 내용을 수정‧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