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논의 중인 'ESG공시 로드맵'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이 지지부진한 금융당국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이미 미국·유럽·일본 등은 ESG공시 마련의 토대를 닦아 놓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혼란을 핑계로 ESG공시 의무화 로드맵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열린 종합감사에서 "우리산업과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업들의 기술혁신을 위해서 ESG공시제도가 필요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3년 전 금융위가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공시하는 회사가 20개에 불과하다며 기업공시제도 종합개선방안을 만들었다"면서 "이후 2030년까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공시의무화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다시 국제동향 등을 감안해 시행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ESG공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가, 다시 시행을 연기하는 등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강훈식 의원은 "(ESG 공시가) 중요하다고 했다가, 연기한다고 했다가, 다시 중요하다고 반복하면서 시장의 기업들이 너무 혼란스러워한다"며 "구체적으로 ESG공시 로드맵을 언제까지 마련할 거냐"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시행시기를 못 박기는 어렵다"면서 "국제적인 동향을 조금 봐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강훈식 의원은 "동향을 본다고 했다가, 국제동향이 중요하다고 했다가, 정부 당국이 정확한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이때까지 계획을 내겠다'고 해야 현장 기업들도 그에 맞춰 대응을 할 것 아니냐"고 거듭 비판했다.
이어 "금융위가 다른나라 상황을 보고 기업 상황을 본다 이렇게 자꾸 (혼란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하는 것은 기업들의 현장 혼란도 있지만 금융당국으로서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ESG공시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논의하고 준비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정무위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 ESG공시 로드맵 마련에 대한 금융위의 태도는 앞서 추진한 다른 여러건의 제도개선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 1월부터 추진한 밸류업 정책(기업가치제고)은 1월에 논의를 시작해 한 달 만인 2월에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3개월 뒤인 5월에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현재 기업들은 밸류업 자율공시를 하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역시 2007년 3월 로드맵을 발표하고 12월 기준 제정, 2011년 모든 상장사들에 의무적용을 시행했다. 두 건의 사례를 봤을 때 유독 ESG공시 로드맵 마련에만 금융당국이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급적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로드맵이라는 것이 언제 시행할 것이냐, 어디까지 시행할 것이냐는 것이 밝혀져야 불확실성이 없어진다"며 "다만 일본이나 미국 등의 사례를 볼 때 굉장히 유동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강훈식 의원은 "그런 정도 답변은 국장이나 과장급들도 하는 답변"이라며 "일본, 싱가포르도 ESG공시 의무화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적극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여러 여건들이 정해지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무위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ESG를 고려하는 책임투자를 해야하는 국민연금도 기업들의 ESG정보가 충분히 담긴 ESG공시를 필요로하고 있다"며 "금융위는 ESG공시 의무화를 2026년 도입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