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성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려아연의 소수주주 대부분이 기관투자자여서 매입 단가 대비 공개매수 가격의 프리미엄이 상당히 높을 것이란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최윤범 회장은 "온 힘을 다해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또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이기는 방법을 찾았다"며, 우호세력과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기관 매입단가 감안시 공개매수가격 충분한 프리미엄"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저희는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개매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13일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응모 수량이 최소 수량인 약 7%에 미치지 않으면 공개매수는 실패하는데, 최소한 이 수준의 공개매수 신청이 들어올 것이란 자신감이다.
김광일 부회장은 고려아연 주주 구조상 기관투자자의 지분이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
MBK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고려아연 주주 구성은 △영풍그룹 및 장씨 일가 33.1% △최윤범 회장 및 최씨 일가 15.6% △기타(국민연금,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 포함) 48.8%, △자사주 2.4%다.
이 가운데 기타주주 구성 중 기관투자자의 비율은 97.7%이고, 개인투자자 비율은 2.3%에 불과하다는게 MBK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기관투자자들 비중이 높은 점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6.16% 상승한 7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주당 66만원) 아래로 거래돼야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개인 비중이 낮아 현 주가에 영향을 크게 받는 개인투자자의 참여 없이 기관투자자만으로 공개매수가 성공할 것이란게 MBK의 시각이다.
김 부회장은 "기관 대부분이 장기 투자자여서 MBK 판단으로는 평균 취득단가가 45만원 아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관마다 매입원가가 다르겠지만 공개매수 가격 66만원은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MBK는 또 최윤범 회장이 영풍 및 장씨 일가와의 특별관계를 해소하고 대항 공개매수를 하더라도 자신들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공개매수 주식수를 늘리고 가격을 높이고 싶어도 자금 조달을 하거나 지원군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저희 공개매수 최소한도가 7%인데 상대 공개매수 물량이 적으면 저희한테 물량이 나눠서 오기 때문에 저희보다 많은 물량을 공개매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다면 조 단위 자금이 들어가는 건데 회사 주가를 보면 주가가 50만원에서 횡보했고 60만원대로 올라온 적이 거의 없었다"며 "공개매수 이후 주가가 다시 50만원대로 돌아가면 손실이 몇천억원 될 텐데 이를 감당하고 (최윤범 회장측의) 공개매수를 지지해 줄 한국 기업사회의 이사회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공개매수 저지 선언한 최 회장…우호세력 연대 시사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MBK가 공개매수 선언 이후 첫 공개 기자회견을 진행한 19일 공식입장을 내고 공개매수 저지를 선언했다.
최 회장은 이날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저들(MBK와 영풍)은 아주 오랫동안 공개매수를 비밀리에 준비한 뒤 아주 교묘한 트릭 등으로 무장하고 추석연휴 바로 전 금요일에 감행했다. 아마도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이라 믿고 웃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그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연휴가 시작한 금요일 밤부터 대한민국은 멈춰버렸지만 우리의 공장, 저를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 전원은 쉬지 않고 일했다"며 "오히려 온전히 집중해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추석연휴였지만, 그 밖에 세계는 모두 일을 하고 있어 외국 회사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호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최윤범 회장은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5%룰) 공시를 내고 영풍 및 장씨 일가와의 특별관계도 해소했다.
자본시장법(제140조)은 공개매수자 및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종료일까지 공개매수 외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MBK와 영풍이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최윤범 회장이 영풍과 특수관계를 해소해야만 했다.
고려아연 외에도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영풍정밀에서도 경쟁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최윤범 회장 측으로 분류하는 지분에는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가 포함되어 있다. MBK는 이 지분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영풍정밀 공개매수도 함께 진행 중이다.
현재 최윤범 회장 측이 보유한 영풍정밀 지분은 35.25%, 영풍 측이 보유한 지분은 21.25%다. 지난 13일 MBK는 영풍정밀 주식 684만801주(43.43%)를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MBK가 공개매수 물량을 모두 채우면 합계 지분은 64.69%로 영풍정밀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