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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제한 위법vs합법'…정기주총서 계속된 고려아연 경영권분쟁 2막

  • 2025.03.28(금) 15:54

고려아연, SMH의 영풍지분 늘려 주총 전 다시 의결권 제한
영풍‧MBK "의결권 제한 위법하다"..주총 내내 목소리 높여
고려아연, 영풍 손발 묶은 채 이사수 상한‧이사선임 안건 처리
영풍‧MBK, '강성두 사장‧김광일 부회장' 이사회 진입은 성공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가 개회하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의결권 제한 위법 vs 의결권 제한 적법'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 이어 다시 한번 정기주주총회에서 맞붙은 고려아연 영풍‧MBK파트너스가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두고 대립각을 펼쳤다. 영풍‧MBK측은 영풍에 대한 고려아연 의결권 제한은 위법하다며 의결권 행사 허용을 요구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의결권을 10% 이상 취득해 상호주 관계가 유지된 만큼 여전히 의결권 제한은 적법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이 열린 몬드리안 그랜드볼룸은 약 3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장소로 앞서 지난 1월 고려아연이 임시주총을 진행한 그랜드하얏트서울의 연회장보다는 훨씬 작았다. 

1월에 열렸던 임시주총장은 1213㎡ 크기에 최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만큼 고려아연은 박기덕 주총 의장과 주주간의 거리를 최대한 벌려 놓은 채 주총을 진행했다. 혹시라고 있을지 모를 돌발상황 막기 위해 다수의 가드들도 배치했다. 

하지만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박기덕 의장과 주주들 간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웠다. 고려아연이 자회사 SMH를 통해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시킨 만큼 별다른 이변 없이 주총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본 모습이었다.2시간 30분 늦게 시작한 고려아연 주총 

하지만 이날 정기주총에서는 지난 1월과 같이 영풍‧MBK와 고려아연 간의 신경전은 계속 이어졌다. 

신경전은 주총 전부터 시작했다.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오전 9시에 주총을 시작하겠다고 사전 고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총 시작시간인 9시가 되어도 일반주주 및 영풍‧MBK측 의결권 대리인들을 주총장 안으로 입장시키지 않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시스템 준비는 됐으나 의결권 중복위임 등이 확인되지 않아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곧 입장안내를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주주총회장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는 주주들. 이날 고려아연 정기주총은 오전 9시에 개회할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중복점검 등을 이유로 2시간 30분 뒤인 11시34분께 시작했다./사진=김보라 기자

그 사이 영풍·MBK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이 내부거래로 SMH의 영풍 지분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주총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총 하루 전날인 27일 영풍은 정기주총에서 의결한 주식배당으로 SMH의 영풍 지분율이 10% 아래로 떨어졌고, 이로인해 고려아연이 주장하는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해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다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SMH의 영풍 지분을 늘리기 위한 작업을 주총 전에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오전 10시가 넘어서 주주들을 입장시켰다. 신분증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주주 확인을 통해 주총장에 들여보냈다. 주주 또는 위임장을 받은 대리인임을 확인하면 당사자에게 고려아연 정기주총이 적힌 팔찌를 팔에 둘러줬다. 

주주들이 전부 입장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 지나서였다. 박기덕 의장은 11시34분 의사봉을 두드리며 주총 시작을 알렸다. 9시에 시작해야 했던 주총은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반격에 반격...고려아연 "영풍 의결권 제한" 

주총을 시작하자 고려아연은 의결권을 제한받는 주식을 공지했다. 고려아연 측은 "자기주식, 경원문화재단,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는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영풍 측 관계자는 "영풍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여전히 위법하다고 판단한다"며 "법원 가처분 결과가 있었지만 항고 등을 통해 불복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SMH가 영풍 주식을 10% 초과해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는데 정확히 언제 어떤 경위로 취득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SMH의 영풍지분 추가 취득에 대해 어떠한 고지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 측의 의결권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 전 27일 정기주총에서 6만8805주의 주식배당을 통해 총 발행주식수를 늘렸다. 이로인해 고려아연 자회사 SMH의 영풍에 대한 보유지분율을 10% 아래로 떨어트렸다.

영풍은 상법(462조의2 4항)에 따라 신주배당 결의가 이뤄진 주총 종료 시점(27일)부터 신주의 주주가 된다는 점을 근거로,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총 기준으로 상호주 제한 요건(10%)에서 벗어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28일 아침 정기주총 개회 직전 최윤범 회장 측 계열사 케이젯정밀(옛 영풍정밀)이 SMH에 영풍 주식 1350주를 장외로 넘기는 거래를 단행했다. 이로인해 SMH가 보유한 영풍 주식수가 19만1576주로 늘어나면서 지분율도 다시 10.03%로 높아졌고, 이를 근거로 다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시킨 것이다.

영풍‧MBK측 의결권 제한 목소리 높였지만...

영풍과 MBK측 대리인들은 주총 내내 의결권 제한은 위법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영풍 측 대리인은 "영풍이 최대주주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더 확고한 것은 영풍이 고려아연 지배구조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명확한 점"이라며 "상호주 보유에 따른 의결권 제한은 불가능하다는 점, SMH의 영풍에 대한 지분율 10% 초과 내용을 듣지 못했다는 서류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풍‧MBK측 관계자는 "고려아연 감사를 한 감사위원장은 SMH의 영풍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오른 상황인데 이 역시 적법여부를 검토한건지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창현 고려아연 법률대리인은 "SMH가 영풍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는 내용의 잔고증명서는 오늘 오전 8시53분에 발부됐다"며 "본래 주총 시작시간인 9시 이전에 발부됐고 실제 주총이 시작된 시간(11시34분) 전이기 때문에 상호주 형성이 되어 있으므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은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영풍‧MBK측은 의결권 제한의 부당함에 대해 계속 호소했다. 하지만 박기덕 이사회 의장은 의결권 제한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주총을 절차대로 진행했다.이사수 상한 통과…'키맨'은 이사회 진출

영풍이 25.42% 의결권을 쓸 수 없게 되면서, 고려아연이 영풍‧MBK측의 이사회 대거 진입을 막기 위해 상정한 이사수 상한(19명) 정관변경은 주총을 통과했다. 해당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요건으로 더 많은 찬성표가 필요함에도 이날 주총을 무난히 통과했다.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받았기 때문이다.

박기덕 주총 의장은 이사 수 상한 안건이 통과하자 곧바로 이사선임 안건으로 넘어갔다. 이날 이사 8명을 선임하기 위한 안건에는 고려아연 측 후보자 5명, 영풍‧MBK 측 후보자 17명이 올라왔다. 

이사선임 안건은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선임했다. 집중투표제는 보유한 의결권에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추가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고려아연은 총 22명 후보자 중 8명을 집중투표 방식으로 선임하는데 주주들은 보유주식수의 8배까지 의결권을 몰아서 행사할 수 있다. 가령 고려아연 주식 100주를 갖고 있으면 800개의 의결권이 생기고 이 중 800개를 한명의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도 있고 8명에게 100개씩 나눠 행사할 수도 있다. 자신이 추천한 특정 후보자가 되길 원한다면 한 명의 후보자에게 모두 투표함으로써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집중투표제 결과 고려아연 측 5명(박기덕, 권순범,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과 영풍·MBK 측 3명(강성두, 김광일, 권광석)이 선임됐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제51기 고려아연 주주총회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감사위원 선임안건은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이민호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장, 서대원 BnH세무법인 회장(분리선출)이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영풍의 의결권을 묶은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임시주총에 이어 이번 3월 정기주총에서도 승기를 잡고 경영권 분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주총 초반 계속해서 의결권 제한의 부당함을 주장한 영풍‧MBK 측은 현 주총에서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자 고려아연이 진행하는 순서대로 안건 표결에 임했다. 

다만 경영권 분쟁의 '키맨'인 강성두 영풍 사장‧김광일 MBK 부회장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앞으로 고려아연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영풍‧MBK는 앞서 의결권 제한이 옳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가처분에 불복하는 이의신청과 본안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정기주총 결과 역시 효력이 없다는 가처분 신청 역시 진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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