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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5년물만 완판, 정부도 투자자도 아쉬운 개인투자용 국채

  • 2025.04.17(목) 08:57

장기국채 10년·20년물, 발행규모 줄여도 미달행진
"가산금리 높이고 세제혜택 등 투자유인 늘려야"

개인투자용 국채가 도입 10개월을 맞았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출시된 개인투자용 국채 5년물이 두달 연속 완판되면서 청약 분위기를 이끌고 있지만, 기존 10년물과 20년물은 여전히 수요가 부족해 미달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안정적인 노후자금 지원을 위한 장기투자처 제공이 개인투자용 국채의 도입 목적이었지만, 정작 만기가 긴 상품은 외면받고 뒤늦게 고육지책으로 꺼낸 단기 상품으로 명맥을 잇고 있는 모양새다.

투자자들이 단기 채권인 5년물만 찾으면서 개인들의 투자여력을 활용해 장기 국고채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도도 빗나가고 있다. 당장 수년 째 세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국가 부채 부담을 줄일 국채수요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큰 상황이다.

그래픽=비즈워치

4월 5년물 경쟁률 1.64대 1, 10년, 20년물은 또 미달

17일 기획재정부와 미래에셋증권(판매대행기관)에 따르면 지난 9일~15일 사이 진행한 1200억원 규모의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에서 1436억4960만원의 신청이 접수됐다.

계획된 채권물량 전량이 발행돼, 외형상 흥행에 성공한 것 같지만 속내를 보면 아쉬움이 크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5년물에만 청약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4월 개인투자용 국채는 5년물 700억원, 10년물 400억원, 20년물 100억원을 각각 발행할 계획이었다.

5년물의 경우 4486건, 1148억9230만원의 청약이 몰리면서 약 1.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3월(1.45대 1)에 이어 완판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10년물은 0.59대 1로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연속 미달됐고, 20년물은 개인투자용 국채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발행계획을 넘어서지 못하는 기록을 이어갔다. 

주인공이 되어버린 미끼상품 5년물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기관중심의 국고채 수요를 다변화하기 위해 개인들에게만 한정적으로 세제혜택과 가산금리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내 놓은 '무위험 장기투자 상품'이다.

만기보유시 표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연복리 이자를 지급하고, 연간 1인당 매입액 2억원까지는 이자소득을 15.4%로 분리과세하는 혜택을 준다.

올 4월 발행 국채 기준 5년물은 만기시 약 16%(연 3.2%), 10년물은 37%(연 3.7%), 20년물은 88%(연 4.4%)의 수익을 확정적으로 주는 상품이다. 게다가 2000만원 이상 금융소득에 부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피할 수 있다.

정부는 특히 노후에 연금처럼 수령할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활성화 될 것을 기대했다. 

예를 들어 40세부터 59세까지 2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에 월 100만원씩 투자하는 경우 60세부터 월 188만원(2025년 4월 수익률 기준)씩 만기원금과 수익을 찾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풍차돌리기 적금을 들 듯이 만기 시점에 매월 만기 원리금을 수령하는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노후 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도해지시 가산금리와 세제혜택이 사라지고, 시중금리와 비교해 상품유인이 크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시행 첫달인 2024년 6월과 7월에 10년물이 청약 완판을 했을 뿐 이후 모든 채권의 미달행진이 계속됐다.

결국 개인투자용 국채 활성화방안을 고심하던 정부는 올 3월부터 5년물 상품을 내 놓기에 이르렀다. 10년, 20년 동안 자금이 묶이는 것을 꺼려했던 투자자들은 5년물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두달 연속 완판됐다.

멀어져 가는 장기국채 수요 다변화

5년물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속내는 편치 않다. 역설적으로 5년물 흥행이 정책 의도와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인투자용 국채를 발행한 가장 큰 목적은 국채수요 다변화였다. 개인의 안정적 자산형성 지원은 사실 그에 수반되는 부수목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적자국채 발행이 늘면서 국채의 안정적인 발행여건 조성이 필요했다. 실제로 원화채권 내 국고채 비중은 2011년 27.3%에서 2023년말 39.1%로 늘었고, 20년 이상 장기물 국고채 비중은 같은 기간 56%에서 76%까지 확대됐다.

지난해말 기준 국채 발행잔액은 1127조원에 이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용 국채를 1조원 발행하면 국채 조달금리가 1.0~1.2bp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국가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조달금리를 낮춰야 하는 정부에게 꼭 필요한 효과다.

국채수요의 기관 쏠림도 해결과제였다. 2023년말 기준 국채 보유비중을 보면 보험(36%), 기금(16%), 은행(11%) 등 국내 기관이 78.1%로 대부부을 차지하고, 외국인이 20.4%로 뒤를 잇는다. 개인은 2011년 이후 줄곧 1%(2023년 1.5%)대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의 경우 개인의 국채 보유비중이 8%에 이르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하지만 대책으로 나온 개인투자용 국채의 발행과 청약 결과는 이런 문제의 해결과는 멀어지고 있다. 장기 국고채의 개인비중을 늘리고자 했으나 장기물의 비중은 줄고 그나마 유인책으로 만든 5년물만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6월 10년물 1000억원, 20년물 1000억원의 비중으로 시작된 발행계획은 수요 감소에 발맞춰 점점 비중이 줄고 있다. 20년물 발행계획은 올 1월 200억원, 4월에는 100억원까지 줄었다.

반대로 지난 3월 첫 발행부터 600억원으로 시작한 5년물은 4월에 700억원까지 계획물량을 늘려잡았다. 그럼에도 완판되어 10년물과 20년물 미달분까지 흡수해 912억4270만원으로 실제 발행액이 불었다.

예금보다 조금 더 주지만 20년 묶기엔 아쉬운

개인투자용 국채의 부진은 결국 부족한 가산금리와 투자유인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품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금리는 표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서 결정하는데, 4월 발행분 기준 5년물과 10년물은 가산금리 0.35%, 20년물은 가산금리 0.5%다.

복리효과를 빼면 10년물은 연 3.18%, 20년물은 연 3.2% 수준으로 현재 3%대 초반의 2금융권 예금금리와 비교해 크게 유인을 느끼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 금리인하 기조가 둔화하면서 지금의 금리가 향후 10년, 20년 사이에 상당한 고금리라고 평가받기도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일반 채권과는 달리 중도 환매가 자유롭지 못하고, 환매시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없으며, 오히려 가산금리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까지 따른다. 반드시 만기까지 가져가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오죽 팔리지 않으면 정부가 5년물까지 만들었을까 싶지만 만약 (10년~20년 이내에) 금리가 크게 오르게 된다면 중도에 깨고 다시 가입하는 게 유리할텐데, 환매도 쿼터가 막혀서 100%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채권에 투자한다기 보다는 단순히 이자를 조금 더 주는 장기예금 상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제지원 등 혜택이 부족한 부분도 지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산금리의 수준을 좀 더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채를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 및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유인책이 좀 더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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