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인 금융을 만들기 위해선 증권업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담보대출을 통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왔던 1차적 역할에서 벗어나 벤처 등 성장해야 하는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엔 산업재편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 생산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증권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은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 역할 및 성장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및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이 주제 발표를 맡았다. 아울러 증권업계 및 금융당국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가계자산 부동산 쏠림..주식시장은 저평가
'생산적 금융을 위한 증권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경제 역동성이 저하된 가운데 가계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된 한편 주식시장은 높은 할인율로 낮은 밸류에이션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가경제 및 산업구조 대전환을 위해선 첨단기술 및 벤처기업 성장과 육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실물경제는 생산자본 수익률이 안전자산을 하회하면서 생산적 투자 유인이 축소된 상황이다. 대신 가계자산은 부동산이나 예·적금 등 비생산적 부문에 대부분 유입되고 있다. 아울러 주식시장은 비교적 최근에야 코스피 지수가 3600을 넘었지만 장기간 높은 할인율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용린 부원장은 "생산적 금융은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시장자금을 비생산적 영역에서 생산적 영역으로 유입시키면서 국민 자산 증식과 경제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증권업의 모험자본 중개 기능, 발행어음과 IMA관련 운용규제 개편 등을 통해 증권업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IMA·발행어음 등 증권사 역할 확대 필요
증권사 역시 기존의 중개업, 담보대출 등 증권사의 한정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기업성장과 산업 재편을 위해 증권사가 보다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함에 공감했다.
'첨단산업 성장·재편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정책금융 주도의 담보대출 기반 대규모 자금공급에서 모헙자본 공급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고 구조조정 금융을 통해 산업 재편이 이루어지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윤 사장은 "그동안 금융투자업이 단기수익에 치중하며 신성장 산업 투자에는 미흡했다"며 "부동산PF에 증권사의 자금이 쏠리고 반대로 모험자본 공급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투자비중이 2%(총 자산 대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증권사가 기존의 한정적 역할에서 벗어나 기업 성장→국민자산 증식으로 선순환하려면 IMA(종합투자계좌) 및 발행어음 등으로 증권사의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운 사장은 "정부가 지난 4월 IMA제도 정비, 종투사 확대 지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놓은 상태"라며 "이를 통해 증권사는 청단산업 내 혁신기업 수를 늘리고 구조조정 기능을 통한 기업 부활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위해 진정한 기업금융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중기특화 증권사 운영 현황 및 개선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016년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자본시장 이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중기특화 증권사 지정제도를 도입했다"며 "하지만 증권사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NCR(영업용 순자본비율) 위험값 적용 기준이 상이하고 중기특화 증권사를 위한 펀드 조성 등 개선과제가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사장은 "중기특화 증권사의 투자목적이 중소기업육성이므로 비상장 중소 및 벤처기업 주식에 직접투자할 때는 투자조합과 동일한 NCR위험값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중소 및 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 시 의무보유확약비율을 하향하는 등 주관사의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 "정부의 생산적 금융 취지에 공감"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초대형IB 5개사가 발행어음 인가,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 3곳이 IMA지정 신청을 한 상황"이라며 "특별한 문제없이 인가가 된다면 발행어음 및 IMA를 통해 50조원 이상의 모험자본 투자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충훈 삼성증권 IB부문장은 "국내 경제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 흐름을 생산적인 기업금융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이 증권사인 만큼 증권사가 적극적인 모험자본 공급을 추진해 국내 경제에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식 하나증권 경영전략본부장은 "증권사가 본연의 역할을 다한다면 정부가 추구하는 생산적 금융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러한 논의가 나오게 된 것도 증권사가 생산적 금융을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모두발언을 맡은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금융투자업계도 정부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높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증권업계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