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을 중심으로 자기주식 의무 소각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면서 코스피 상장사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사도 보유한 자사주를 빠르게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실제 자사주 의무소각을 담은 3차 상법개정안 논의가 활발해진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코스닥 상장사들이 발표한 자사주 처분결정 공시는 177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5건에 불과했던 것보다 3.2배 더 많은 수치다.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처분하거나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구체적인 투자처를 확보하지도 않고 미리 투자자금 확보용도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사례도 있었다. 처분 안 하다가...갑자기 "자사주 판다"
반도체 테스트 공정에서 필요한 세라믹 제품을 생산하는 샘씨엔에스는 지난 1일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이미 102만여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후 2022년 신탁계약 방식으로 추가 취득해 약 140만주까지 늘렸다. 당시 회사는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추가 취득했다고 밝혔다.
샘씨엔에스는 상장 후 약 4년 간 아주 적은 수량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하는 방식으로 처분해온 것이 전부다. 여전히 130만주가 넘는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일 회사는 자사주 전량을 △신규시설투자 및 신제품 개발비 △재무 건전성 증대 △유동성 확보 등의 목적으로 전량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검사장비 사업을 하는 엑시콘도 그동안 보유한 자사주를 일부만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해오다가 지난 1일 남아있는 자사주의 82%를 △신제품 개발비 △투자재원 확보 △재무 건전성 증대를 목적으로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엑시콘은 현금성자산이 지난해말 대비 약 3배나 늘어난 상황이지만 자금 확보를 명분으로 자사주를 팔기로한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이나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를 무상출연한 적이 없던 회사가 갑자기 이러한 결정을 한 사례도 있다. 대림제지는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직접 취득해왔다. 그 결과 보유 자사주는 66만주까지 늘었다. 총 발행주식수의 7% 수준이다.
대림제지는 그동안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2018년, 2020년 두 차례 자사주를 처분했다.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소각한 일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8일 대림제지는 보유자사주의 32%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머지 68% 자사주는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무상출연하겠다고 공시했다. 결과적으로 대림제지는 일부 소각과 무상출연을 통해 보유 자사주 전부를 털어버리게 됐다.
코스닥에서도 부는 교환사채 열풍
자사주 의무소각 추진 이후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데 코스닥 상장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 설계자산 전문업체 칩스앤미디어는 지난 8일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기반으로 1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회사는 2023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한 적이 있지만 자사주를 기반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칩스앤미디어는 금융기관 예치금 280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 80억원 등 이미 360억원의 유동자금이 있음에도 자사주를 모두 털어서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회사는 보유한 유동자금을 쓰면 재무유연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고 부채비율을 늘리는 금융기관 차입보다는 이자율 0%인 교환사채 발행이 낫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노바렉스 △이녹스첨단소재 △경동제약 △파인메딕스 △SG 등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기반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아울러 △링네트 △케이피에프 △모두투어 등이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를 출연했다.
또 브이원텍은 엑스레이 검사 기술 협력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주식교환에 자사주를 활용했다. 다날은 스테이블코인 등 신규사업 투자재원용으로 자사주 전량을 처분했다.
국보디자인은 장기성과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임직원 대상으로 자사주를 지급하겠다며 처분 결정을 했다. 국보디자인이 임직원에 자사주를 지급하는 건 지난 2002년 코스닥 시장 상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예기간 늘려도 의무소각은 다가온다
이처럼 자사주 의무소각을 앞두고 보유한 자사주를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코스닥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자사주 의무소각을 담은 3차 상법개정안(자사주 제도개혁법,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고 해당 내용은 1년 이내 의무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는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을 부여해 총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사주 의무소각 유예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면서 제도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자사주 제도개혁에 의무소각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법안이 통과하면 상장사 입장에선 의무소각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기한이 다가오기 전에 자사주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