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서 한국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급성장하고 있다. 초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EWY) ETF다.
미국 현지를 포함한 해외에서 개인들이 한국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창구이기에 최근 한국증시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EWY ETF 거래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평균 1조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올 들어 가파르게 거래량이 늘면서 하루 거래액도 10조원 단위까지 불었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과 함께 폭락했던 3월초 거래량이 급등했다. 3월 3일과 3월 4일 이틀 연속으로 하루 12조원, 5일에도 11조원 넘게 거래됐다. 2월까지 가파르게 올랐던 한국증시가 대외변수로 큰폭의 조정을 받자 외국 투자자들도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고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의 전체 외국인 거래대금이 하루 평균 50조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EWY 한종목의 외국인 비중은 20% 수준에 이른다.
실제로 EWY의 최근 자금유입 속도는 가파르다. EWY에는 최근 1년간 77억3800만달러의 투자자금이 순유입됐는데 올해 2월 11일 이후 최근 한 달간에만 그 절반이 넘는 39억66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하루 10조원 드나들며 한국 증시 영향력도 꿈틀
EWY의 덩치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 끼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EWY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Korea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MSCI Korea 25/50' 지수를 추종하고 있다. 한국의 대형사와 중형사만 담고 있으며 한국 유통주식 시가총액의 85%를 포괄하는 사실상 코스피에 가까운 지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높다. EWY에 자금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와 코스피에서의 외국인 비중에도 일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외국인 수급통계는 외국인 개인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에 외국인투자자로 등록된 해외연기금이나 해외투자자문사, 그리고 블랙록 등 해외자산운용사의 거래실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에 있었던 지수 리밸런싱에서는 EWY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크게 줄어들면서 그 영향이 단기간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EWY가 추종하는 'MSCI Korea 25/50'지수는 미국 세법의 규정(RIC) 때문에 단일종목의 비중을 25% 이하로 유지해야하고, 4.5% 이상의 비중을 가진 종목의 합계가 50%를 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기준 EWY의 삼성전자 비중은 29.75%로 25%를 훌쩍 넘었고, 두번째 비중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도 20.06%로 둘의 합계 역시 50%에 임박했다.
이에 따라 이날 EWY의 종목 비중도 크게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ETF 리밸런싱은 장마감 직전 동시호가로 진행한다. 블랙록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장마감 기준 EWY 구성종목 중 삼성전자 비중은 23.44%, SK하이닉스 비중은 19.76%로 낮아졌다. 이달 9일에는 최근 주가변동 등이 반영되면서 삼성전자 비중이 22.16%, SK하이닉스 비중은 18.59%로 좀 더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거래대금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순매도로 돌아섰는데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4조2240억원의 순매도로 최근 1년 간 가장 많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EWY 리밸런싱 영향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 리밸런싱은 5월과 8월, 11월
'MSCI Korea 25/50' 지수는 매년 2월과 5월, 8월과 11월에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한다. 25%와 50%룰은 해당 월의 마지막 영업일 종가 기준을 적용한다. 예정대로면 오는 5월말에도 비슷한 비중조정이 있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가 인공지능(AI)인프라 수요로 유례 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매 분기 사상 최고실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반도체업종도 큰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의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것처럼 랠리를 다시 시작한다면 EWY는 5월에도 이들 종목의 비중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MSCI외 다른 해외 지수에서도 나타난 적이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영국의 FTSE그룹이 만드는 FTSE 지수가 지난해 12월 리밸런싱을 통해 SK하이닉스 비중을 일부 줄였는데 당시 SK하이닉스 장마감 동시호가에서 4372억원의 매도세가 나타났다. FTSE 한국 ETF인 'FLKR'은 지난 6일 기준 삼성전자 21.93%, SK하이닉스 20.60%로 두 종목이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EWY 리밸런싱이 국내 지수와 종목의 주가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데에는 아직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외국인 수급이 전체적으로 대거 빠져나간 시점과 지수 리밸런싱 시점이 겹쳐 정확한 영향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MSCI 한국지수의 편입비중이 높은 종목의 리밸런싱 효과를 주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5월에도 유사한 상황이 올 수 있지만, 주가를 장담할 수는 없고, (25%/50% 규정이) 미국 내 지수 운영규제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에 단발성 이슈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