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96% 급락한 5251.87, 코스닥지수도 4.54% 하락한 1102.28을 기록했다. 이날 급락 장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이 꼽힌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란은 원유의 주요 운송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특히 한국은 원유수입에서 중동 의존도가 약 70%로 높은 국가여서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상황에서 유가 강세가 이어지면 석유기반 원료 가격 상승이 뒤따르고, 이는 제조업 전반의 생산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유가의 주요 기준점인 브렌트유 및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국 시각으로 9일 오전 7시께 배럴당 100달러를 모두 넘어섰다. 특히 WTI는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장중 한때 120달러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선까지 근접하면서 국내증시 급락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며 “나아가 현재 정세를 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소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최근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도는 점도 국내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6일(현지시각) 2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1월보다 9만2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2월 실업률도 4.4%로 1월 4.3%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 증가폭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고 일부 고용 수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는 신호가 나타났다”며 “국제유가까지 높아지면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스태그플레이션(높은 물가 속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 국내증시 상승을 이끌던 반도체 업종 역시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뿐 아니라 각종 소재도 운송되는 항로인데 반도체의 핵심 소재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헬륨 수입량의 64.7%가 중동 국가인 카타르에서 들어왔다. 헬륨은 반도체를 만들 때 웨이퍼 냉각에 활용되는 주요 소재다. 다른 중요 소재인 브롬도 국내 수입량의 대다수가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생산 등에 상당한 자금과 에너지가 필요한 점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업종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생기고 일부 기업은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반도체 업종에 가해지는 변동성과 충격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항공 및 자동차 관련 업종도 전쟁이 장기화되면 주가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항공의 경우 유가가 오르면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자동차도 물류비 증가 및 수요 위축 등의 문제가 생긴다.
방산 및 정유 업종은 상대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동에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무기 수요가 늘어나고, 경유 등을 생산하는 정유회사 역시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서재호 DB증권 연구원은 “유도무기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속한 기업들의 전반적인 멀티플 리레이팅 및 수주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더불어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는 생산설비 가동률에 변화가 없는 국내 정유사가 수익성 개선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