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의 손상된 부분만 카메라로 촬영하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손상 정도를 딥 러닝 기술을 통해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움푹 패인 차량 문을 폰으로 촬영하면 패인 정도를 입체적으로 알 수 있고 예상 수리 견적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 2D 촬영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부분이죠."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 사옥 전시관에서 만난 이 회사 최예승 프로는 3D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손상 분석 자동화 솔루션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최 프로는 삼성SDS가 얼마전 사옥 한켠에 마련한 기술 전시관에서 가이드를 담당한다.
이 솔루션은 차량의 파손된 부분을 카메라로 찍으면 자동으로 5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그 가운데 가장 분석하기에 적합한 사진을 자동 선택해 손상 정도를 분석한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은 사고 등으로 인해 차량이 파손될 경우 파손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수리를 맡겨도 과다 청구에 대한 걱정이 우선 앞서게 된다. 또 보험사도 매번 정확한 수리 비용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최 프로는 "딥 러닝 분석을 통해 손상 정도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표준 수리 견적 비용을 알 수 있어서 차량 소유자가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보험사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보험사와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계열 시스템통합·구축(SI) 기업이다. LG CNS와 SK C&C 등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계열인 삼성SDS는 과거 '그룹의 전산실'로 불렸다. 태생적으로 그룹 계열사의 IT 부문을 통합해 만들어졌으며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일감에 힘입어 어려움 없이 성장한 곳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 이후 대기업의 공공 SI 사업 참여가 제한되는데다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이 많자 물류BPO(업무프로세스) 등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에는 4차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SDS 본사 지하에 마련된 전시관 EBC(Executive Briefing Center)에서는 이러한 신성장 기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삼성SDS가 내놓은 기술은 대부분 기업용이라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다. 전시관에서 솔루션 사례를 직접 체험해 보니 뜬구름 같은 먼 미래 기술들이 좀더 가까이 다가왔다.
삼성SDS EBC는 고객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원을 위해 인공지능(AI)·블록체인·클라우드 등 IT 신기술을 중심으로 지난달 중순 새롭게 단장해 오픈했다.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는데는 한시간 남짓 걸린다.
삼성SDS의 최신 기술을 체험 '브라이틱스 랩'
EBC에 들어서서 라운지를 지나면 '브라이틱스 랩(Brightics Lab)'을 처음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동형암호 기술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손상 분석 솔루션 ▲블록체인을 적용한 공항 출입국 관리 솔루션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동형암호가 어떠한 원리와 프로세스를 통해 개인정보를 지켜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암호화폐가 아닌 블록체인의 실제 기술 적용 사례를 체험해볼 수 있다.
최 프로는 "블록체인의 특징 중 하나인 위변조가 어렵다는 점은 장점으로도 작용하지만 개인정보를 삭제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면서 "삼성SDS는 블록체인과 오프체인을 연계해 민감한 정보는 오프체인에서 관리해 삭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공유가 필요한 정보는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해 위변조가 되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관에는 공항 출입국 관리 시스템에 삼성SDS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사례를 볼 수 있다. 여행객이 출국 심사를 할 때 생성되는 정보가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가 되고 다른 국가로 이동해 입국 심사를 마치면 여행객의 개인 정보는 삭제가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춘천 데이터센터가 잠실 전시관에
브라이틱스 랩을 둘러보고 나오면 삼성SDS의 클라우드 솔루션과 데이터센터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실제 데이터센터에 방문하는 것은 어렵지만 데이터센터의 일부 모습을 전시관에 꾸며놨다.
삼성SDS는 국내 사업자 중 유일하게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제휴해 고객 맞춤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한다.
클라우드 자원을 통합 운영 관제하는 GOV(Global One View)를 통해 서버/스토리지 등 클라우드 자원의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예측 알고리즘 기반으로 클라우드 자원의 효율적인 운영을 지원한다.
공장 설계부터 운영까지..지능화된 관리
클라우드 존을 지나면 인탤리전트 팩토리(공장)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3D 제조 모형과 영상을 통해 삼성SDS 인텔리전트 플랫폼인 '넥스플랜트(Nexplant)'를 확인할 수 있다.
넥스플랜트는 플랜트 설계 단계부터 지능화를 통해 시공, 운영 등 전 단계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설계 단계에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표준화해 도면의 정확성을 향상시켜 인건비가 50%, 시간이 80% 감소할 수 있다.
운영 단계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현장 조치로 플랜트 안전성을 실시간 감지한다. 제조 영역에서는 전 세계 제조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제조 현장을 최적화하고 AI 기반 협업, 딥러닝 기반의 결함 자동검출을 통해 검사 정확도를 25% 향상한다.
유동인구를 알아보고 맞춤형 광고를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 공간에서는 기업에 적용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를 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넥스샵(Nexshop)'이다.
넥스샵 공간에 있는 광고 키오스크를 통해 맞춤형 광고 체험이 가능하다. 30대 초반 여성이 광고 키오스크를 지나가면 키오스크 화면은 30대를 위한 여성 패션 브랜드 광고로 바뀐다. 잠시 후 40대 남성이 광고 키오스크를 지나가면 키오스크 화면은 다시 스포츠카 광고로 교체됐다.
키오스크에 탑재된 작은 카메라가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성별과 연령대를 추측하고 맞춤형 광고를 보여준 것이다.
최 프로는 "유동 인구의 특징뿐 아니라 날씨나 주변 상황을 고려해 시기에 맞는 광고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물류 상황을 관제
마지막으로 컨트롤 룸에서는 △클라우드 △보안 △물류운영 △관제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날은 여러 사업 중 물류 관제 사업분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물류 사업은 삼성SDS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할만큼 중요한 부문이다.
삼성SDS의 물류 관제 서비스는 글로벌 물류의 이상 상황을 모니터링해 현재 운영 중인 글로벌 물류 동량을 관제한다. 화면에 나타난 운항 중인 배를 클릭하면 해당 배의 상세 내역과 선적된 화물 내역을 알 수 있고 배의 이동 경로도 알 수 있다. 선박 뿐 아니라 항공기, 내륙 운송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삼성SDS 관계자는 "기업 고객들에게 실제 솔루션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전시관을 마련했다"면서 EBC를 통해 고객에게 제조현장부터 고객접점까지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된 IT 혁신 사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