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서비스와 정보기술이 결합한 '리걸테크' 기업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만나 AI(인공지능) 접목을 위한 명확한 규제 설정을 요구했다. 또한 리걸테크의 발전을 불러올 수 있도록,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공하는데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걸테크 규제 영역 명확히 해달라"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엘박스' 본사에서 'AI 일상화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엘박스, 로앤굿, 피스컬노트 등 리걸테크 기업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과기정통부는 AI 활용 현황과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새로운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자 매주 분야별로 산업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진 엘박스 대표는 AI를 활용한 리걸테크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규제의 영역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봤다. 이 대표는 기술의 침투가 늦은 법률분야의 특성상 AI가 불러올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걸테크 산업의 영역을 단계별로 명확하게 지정해준다면, 규제 기관서 허용해준 영역까지는 민간이 역량을 집중해 빠른 기술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개인정보보호법, 변호사법, 저작권법을 비롯해 법률에 AI를 접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굵직한 이슈에 대한 사전적 가이드라인이 정해져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으로 IT기술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의 범위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국회에서는 리걸테크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법률서비스법' 입법을 추진 중이나 아직 발의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에 출시한 리걸테크 서비스가 법적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잦았다. 앞서 로앤컴퍼니의 'AI 형량예측 서비스'는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 따라 출시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종료됐다. 이후 검찰은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점을 들어 로앤컴퍼니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해야 '환각' 막는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판결문을 비롯한 풍부한 법률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모인 기업인과 전문가들은 거짓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생성해 전달하는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이 산업발전에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반적인 법률 지식을 갖고있지 않은 법률서비스 이용자들은 환각 현상 여부를 판단하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판결문과 소송과 관련된 서류까지도 공개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해 판결문을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판결문 공개율은 0.08%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박 차관은 "미국과는 사법문화와 제도가 다르지만 AI 시대에는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인정보를 지우고 공개할 방법을 사법부와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관련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RAG(검색증강생성)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민명기 로앤굿 대표는 데이터 임베딩(자연어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숫자로 바꾸는 작업)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인프라와 툴(도구)에 들어가는 비용이 스타트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 차관은 "우리가 도로나 철도를 필요할 때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AI가 내재화되고 일상화된다고 할 때 이러한 기술적인 요소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우리 정부의 인프라 투자도 컨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