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대우건설에 대해 회계처리 기준 위반 혐의로 감리에 착수했다. 대우건설은 현재 4대강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서종욱 전 사장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이번 금감원의 감리 역시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은 "대우건설이 공사 관련 회계처리를 적정하게 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확인 위주로 감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리는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에 대한 제보에 따른 것이다.
◇ "추석 상여금 털고 월급 쪼개 회사 주식 샀는데"
가장 큰 타격은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다.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17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870원, 11.14% 떨어진 6940원에 마감했다. 이는 박영식 사장이 취임한 지난 7월1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박 사장은 취임 후 강력한 주가 부양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대우건설은 지난 9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우리사주 청약을 실시, 3800여명의 임직원들로부터 250억원을 조성해 연말을 시한으로 주식 매입을 진행해 왔다.
또 지난 10월에는 KDB대우증권을 통해 내년 9월까지 1년 동안 자사 주식을 사는 적립식 금융상품인 '아이 러브 대우건설'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박 사장 본인도 1만주를 매입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이 같은 회사의 캠페인에 호응해 9월에는 추석 상여금 100~200%를 들여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했고, 적립상품 가입자는 급여공제를 통해 매달 6만원에서 30만원까지 자사주 매입 상품에 넣어왔다.
◇ 최대주주 KDB 매입단가와도 점점 벌어져
대우건설의 주가는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캠페인 참여와 안정적 실적을 바탕으로 박 사장 취임 직전 6750원(7월10일)에서 지난 10월1일 9040원까지 올랐다.(종가 기준) 이후에도 대체로 8000원대 가격을 유지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다시 6000원대로 내려 앉았다.
▲ 최근 3개월 대우건설 주식가격 추이(자료: 네이버 금융, 최고최저가는 장중가격 기준) |
주가 급락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에도 낭패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산은이 100% 지분을 가진 'KDB밸류 제6호 사모펀드'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매각하려면 적어도 매입가격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 7월 박 사장 취임 당시에도 임기 3년 동안 대우건설 주가를 매입단가인 1만5000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직원들끼리 농담반 진담반으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더 사야한다는 얘기가 오간다"면서도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도 걱정이지만 회사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게 더 걱정"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