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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잡아야겠고 경제는 나빠지고'…모호한 상한제

  • 2019.10.02(수) 16:27

국토부, 공급위축·경기악화 우려에 한발 물러섰지만
'6개월 유예', 61개 단지 갈등 해소 이외에 효과는 미미

"어정쩡한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거나 신청한 단지를 대상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하는 보완책을 발표하자 한 경제전문가는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집값은 잡아야겠고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대책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제나 집값안정 어느 것도 잡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사업에 차질을 빚었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들은 숨통을 트이면서 정부와의 소송전 등 다툼이나 갈등은 해소될 전망이다.

사진 왼쪽부터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6개월 유예'로 소급·재산권 침해 등 갈등 해소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까지도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으로 못박았다.

이는 소급적용과 재산권 침해 등의 다툼과 갈등의 원인이 됐고 여기에 해당하는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 서초구 우성1차, 신반포3차 등 서울 61개 단지(6만8000가구)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 4949명이 유예기간 부여 등 총 218건의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61개 단지는 향후 시행령 시행(10월말) 후 내년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다. 그동안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던 이들 단지들은 6개월의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이를 통해 정부 역시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은 관리처분인가단지의 소송 등 다툼과 갈등이 첨예하게 나올 수 있는 사안이었던 만큼 6개월 유예기간을 둬 이같은 갈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공급위축·경기침체 우려에 부담도 커져

주택 공급위축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전반의 상황과 공급위축 등의 부작용을 거론하면서 분양가상한제의 속도조절 필요성을 여러차례 시사했다.

소비자물가가 사실상 두달 연속 마이너스(8월 -0.04%, 9월 -0.4%)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 부동산시장 마저 침체 혹은 위축되는 경우 경제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에서 낸 '주요국 물가하락기의 특징'을 보면 부동산가격(BIS의 주택가격지수 활용)이 떨어지는 시기의 물가하락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시기의 물가하락보다 확산속도가 빠르고 성장률 둔화를 수반한 것으로 분석했다. 심지어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엔 GDP(국내총생산)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성장률에 유의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경기침체기에 부동산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 이를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부 역시 이같은 기획재정부 등 부처 일각의 시각에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숭실대 겸임교수)는 "지난해 9.13대책까지는 집값을 잡기 위해선 사실상 경기하강을 용인하겠다는 스탠스였지만 그 직후 올해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수출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단호함(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그런 상황을 고려하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대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공급위축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은 "일부 공급위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유예 단지들은 6개월 이내 분양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업이 앞당겨지고 촉진되는 효과가 있고, 이는 서울의 주택시장 수급여건을 개선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덕례 실장은 "그동안 공급위축을 우려했던 것은 그들 단지(61개)들이 공급을 못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도 "지금의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매물부족, 장기적으로는 공급부족 현상"이라며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서울 등 주요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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