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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박원순 시장이 '싱가포르'에 꽂힌 이유

  • 2020.01.07(화) 14:30

싱가포르 60년대초 땅 국유화 후 싼값에 주택 공급…92% 자가소유
'부동산 국민공유제' 핵심도 공공의 부동산 소유 확대 후 주택 공급

"궁극적으론 집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집이 제공되는 그런 나라가 돼야 합니다. 싱가포르는 공공임대주택 92%, 오스트리아는 40%를 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올해 시정방향(1월2일)을 밝히는 시무식 자리에서 싱가포르 사례를 언급했는데요. 박원순 시장의 싱가포르에 대한 애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7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수도권 광연단체장이 모여 '국토교통 업무협약'을 맺은 자리에서도 "공공주택 공급률이 싱가포르는 90%이지만 한국은 7%에 불과하다"고 언급하기도 했고요. 최근 2년간 크고 작은 자리에서 싱가포르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사실 싱가포르의 임대주택 공급 비율은 이번 정부에서 여러 경로로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손님'인데요.

지난 2년여 동안 부동산 가격 급등기를 거치면서 '주거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요즘,  90%대에 이르는 임대주택 공급비율은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들어 박원순 시장이 또다시 싱가포르를 언급하면서 강조한 '부동산 국민 공유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고요.  [인사이드 스토리]박원순의 '부동산 국민공유제' 가능할까

우선 싱가포르 얘기부터 해보면요. 박 시장이 거론한 공공임대주택은 엄밀하게 따지면 임대보다는 소유의 개념인 '공공주택(Public Housing)'으로 보는게 더 정확해 보입니다. 99년을 소유하는 사실상 영구임대 형태이니까요.

싱가포르의 92%는 자가소유 형태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요. 특히 82%는 싱가폴 주택청(HDB·Housing & Development Board)에서 공급하는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바로 여기에 '토지공개념'이 숨어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60년대초 토지공개념에 따라 대부분의 토지를 국유화했는데요. 국유화한 토지에 HDB가 아파트를 지어 저렴하게 분양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게다가 집값의 80%를 장기대출 해주는 방식이고요. 금리도 2%대로 저렴합니다. 특히 은행에서 대출받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은 '중앙연금준비기금(CPF)'의 저축을 통해 계약금을 납부하고 이자를 내는 방식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결국 땅이 국가 소유라는 점에서 이같은 '꿈의 90%대'가 가능한 셈이죠. 게다가 99년간 소유를 할 수 있지만 시가로 매매가 가능한데요. 이 과정을 HDB가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불안 요인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토지공개념을 뛰어 넘어 최근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제안한 점도 이같은 싱가포르 사례에서 영감(?)을 얻은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부동산을 통해 얻은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고, 이를 기금으로 전환한 뒤 부동산을 매입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박원순 시장의 신년사로 다시 돌아가면요. 박 시장은 "궁극적으로 집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집이 제공되는 그런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어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통해 환수된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으로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더 늘리고 토지나 건물을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에게 아주 값싼 가격으로 저렴하게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공공이 소유한 부동산(국유지)'이 주거안정의 핵심이 된 것처럼 말이죠.

물론 서울시 관계자는 "나라의 특성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시할 수 없다"면서 "부동산시장 불안으로 서민주거가 불안해지기 때문에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시장안정을 이루겠다는 것은 시장의 철학"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요.

어쨋든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싱가포르의 상황 만큼이나 낯설고 도전적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책이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고요.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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