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재개발 규제완화를 꺼내들었다. 재개발 사업 발목을 잡았던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층고 규제 등도 완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민간이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자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개발 사업에 영향을 미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협력을 강조하며 민간과 공공개발 모두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 평가도 나쁘지 않다. 다만 공공재개발 수준까진 아니어도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 아냐" 국토부‧서울시 한 목소리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재개발 정비구역지정 기간 단축, 2종 일반주거지역 높이제한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대못' 주거정비지수제 폐지…강북 재개발 '탄력'(05.26)
상대적으로 집값 자극이 덜하고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효과가 있는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재개발 사업의 첫 관문으로 볼 수 있는 주거정비지수제가 사라지고 재개발해제구역 중 주거환경개선이 필요한 지역의 신규구역 지정,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그 동안 재개발 사업을 하지 못했던 상당수 지역이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과 서울도심 복합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 동안 높은 규제장벽으로 민간 주도의 재개발 사업이 어려워 공공개발에 관심을 가졌던 지역들이 민간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서로 상충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지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업 형태가 늘어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규제완화로 공공재개발이 위축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며 "공공과 민간 재개발이 상호 보완하면서 주민 선택에 의해 앞으로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 역시 "공공과 민간 재개발은 경쟁 구도가 아니라 입지 여건과 토지주들의 사업 의지, 수익성에 따라 주민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라며 "공공이 참여해 사업을 추진하는 게 나은 지역이 있고, 민간이 해도 수익성이 충분한 지역들은 민간 재개발을 선택해 사업을 진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시가 민간 재개발 규제를 완화했지만 공공재개발과 사업모델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민간과 공공재개발이 상충하기보다는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급 확대 위해 민간 인센티브 필요할 수도
서울시의 규제완화 방안은 대부분 민간 재개발도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성 개선 방안은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제한을 적용받고 있는 지역의 규제를 완화, 7층 이상으로 건축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 정도다.
용적률 상향과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사업비 융자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공공재개발과 비교하면 사업성 측면에선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공공이 아닌 민간이 사업을 주도한다는 점이 민간 재개발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이로 인해 규제 완화 이후 민간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민간 재개발 사업자들이 사업성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공공 대신 민간 재개발을 선택한 사업장 가운데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서울시와 국토부 모두 방법은 다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주택 공급 확대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민간 공급에도 개발 인센티브 추가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공공재개발 수준은 아니어도 이전보다 인센티브를 주고 이에 따른 개발이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민간과 공공 중간 정도의 제도 마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