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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만 있다'는 신통기획, 주택공급 '만능 키' 될까

  • 2021.11.29(월) 06:30

민간 주도+공공 지원, 조합에 매력적…공급기대
집값 자극 우려…신청 몰리면 사업 지연될 수도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신림1구역이 스타트를 끊은데 이어 최근 여의도시범과 대치미도 등 9곳이 추가됐다. 재건축 최대 관심 지역인 압구정 현대 등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신통기획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과 달리 민간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확대 등 공공성 강화를 위한 환수장치에서도 자유롭다. 사업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만큼 정비사업장엔 신통기획을 통한 사업추진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반면 공공성 강화 부분이 애매하고, 인센티브로 개발을 독려하는 만큼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는 지속해서 나온다. 여기에 단기간 신청 단지가 몰리면 사업지로 선정되기가 힘들어지고, 사업장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사업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신통기획 선택하는 조합들…이유는

서울시에 따르면 하반기 신통기획 추가 사업지는 △신당동 236-100 일대 △신정동 1152일대 △구로 우신빌라 △여의도 시범 △대치 미도 △송파 장미 1‧2‧3차 △송파 한양2차 △고덕 현대 △미아 4-1구역 등 9곳이다. 올 상반기 신통기획 1호 사업지인 신림1구역 등 기존 11개 사업지에 더해 총 20곳이 신통기획을 통해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초기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 사업절차를 기존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5년→2년)으로 단축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다수의 조합원이 모여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인허가 등 사업 추진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도시계획 규제 등도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공공재개발(재건축), 서울시는 신통기획 카드를 내밀었는데 조합들들은 신통기획 쪽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이 참여, 민간과 함께 시행한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 개발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성도 높인다. 다만 인센티브로 늘어난 주택에 대해서는 공공임대나 수익형 전세주택 등으로 공급해 공공성을 확보한다.

신통기획은 공공(서울시)이 지원자 역할만 하고 사업은 민간(조합)이 주도한다. 사업을 가로막았던 규제 등도 유연하게 적용, 사실상 완화하는 반면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 강화 등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해놓은 환수장치는 따로 없다.

실제 이번에 사업지로 선정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2018년 정비계획 변경을 제출했지만 여의도 마스터플랜, 지구단위계획과 정합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신통기획 참여로 주거지역 35층, 한강변 아파트 첫 동에 대한 15층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하고 지구단위계획과의 정합성 검토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구로 우신빌라 역시 2종7층 지역 층수규제를 최고 25층까지 완화하고 용적률도 상향(190%→200%)하지만 용도지역 변경 시 조건이었던 의무공공기여(10% 이상)도 필수기반시설 확보에 지장이 없는 범위라면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이 정체된 주요 정비사업 조합들이 신통기획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처럼 공공의 개발이익 환수라는 개념 없이 민간 사업추진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 주민이 신청하면 공공이 돕겠다는 게 신통기획"이라며 "조합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날 뿐 아니라 사업기간만 단축돼도 사업성 상향으로 직결되고, 소규모 재개발은 층수완화를 허용하되 공공기여(의무채납)도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확대되나…집값 자극, 일부 단지 사업 지연도

서울시가 신통기획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활발한 주택공급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주도 개발은 조합들이 공공과 함께(혹은 공공에 일임)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공공성 강화를 위한 환수 조치 등으로 참여가 저조하자 조합에 당근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는 하반기 신통기획 추가지역과 별도로 재개발 완화 6대 대책이 적용되는 민간 재개발 구역 25개 내외를 연말까지 선정, 내년까지 총 50개 사업장에 신통기획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집값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인허가 단축과 규제의 유연한 적용 등 인센티브에 비해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은 명확하지 않아 사업지 선정 시 개발호재로만 여겨질 수 있어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신통기획은 조합에게 받는 것(공공성 강화 등) 대신 주는 것(인센티브)만 있는데, 이는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려야 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투기수요 유입과 집값 과열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도 "추후 신통기획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필연적"이라며 "다만 꾸준한 주택공급을 기반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어 과정에서의 가격 상승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수의 조합들이 신통기획을 원할 경우 사업지 선정 경쟁이 치열해지고, 탈락한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비사업은 주택 멸실과 기존 입주민 이주 등의 과정이 필요한 만큼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까닭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정비사업은 원주민 이주에 대비한 전세 물량 확보 등이 필요해 다수의 단지가 한 번에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신통기획 사업장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속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한 사업장이 많으면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공공성 강화 방안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규제와 함께 공공성 강화 방안도 유연하게 적용하는 만큼 인‧허가권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공공성 강화 방안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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