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대형건설그룹으로 도약하고, 한양은 에너지사업을 동력 삼아 대기업 계열 진입을 앞두는 등 덩치를 키워나가는 분위기다.
다만 앞서 재계 순위 상위권에 자리잡은 호반과 부영 등 일부 건설사들은 높아진 위상에도 기업 신뢰도와 투명성 면에선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제법 잘 나가요~(feat.중흥·한양)
중견건설사들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덩치를 키우면서 더이상 '중견'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한양은 올해 '보성그룹'으로 대기업 계열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마다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는(계열사 포함)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는데 이곳에 이름을 올리면 대기업으로 분류한다. 지난해엔 건설사 가운데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아이에스지주 등이 신규 지정돼 현재 총 71곳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양의 자산총계는 △한양 1조3149억원 △보성산업은 3153억원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은 4878억원 등이다.
한양은 에너지사업, 도시개발사업, 주택사업 등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 국내 최초의 상업용 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허브 터미널' 1~4호기가 공사에 들어갔다. 해남솔라시도, 청라국제금융단지, 새만금 등 도시개발사업도 확대 중이다. 아울러 지난해 7월 주택 브랜드 '수자인'을 리뉴얼한 이후 서울 미아1구역 가로주택, 노량진 청년주택 사업 등 지난해 연간 2조2000억원을 신규 수주했다.
중흥그룹은 지난달 대우건설의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건설 계열사인 중흥건설, 중흥토건과 함께 대형건설그룹으로 도약했다.▷관련기사: 중흥·대우건설 뭉치면 현대건설도 제친다(2021년12월9일)
덩치도 확 커졌다. 중흥그룹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9조2070억원대에서 올해 19조540억원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로써 2021년 기준 중흥그룹의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인 재계 순위는 47위로, 대우건설(42위) 인수를 통해 20위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껑충 뛸 전망이다. 중흥건설, 중흥토건, 대우건설 등 3곳의 '2021년 시공능력평가액'을 합치면 약 11조9177억원으로 이는 시평 2위인 현대건설(11조3770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시평 순위는 대우건설 5위, 중흥토건 17위, 중흥건설 40위다.
중흥그룹은 광주·전남지역 기반으로 진행하는 사업에서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를 활용해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아울러 대우건설을 통해 해외 진출을 확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흥그룹은 최근 대우건설 인사에서 정창선 회장의 20대 친손자를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외손자 2명은 사원으로 배치하면서 대우건설 안팎에서 빈축을 샀다.
반도홀딩스도 지난해 재계순위 62위에 이름을 올리며 위상을 높였다. 다만 반도건설의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는 14위에서 34위로 20계단이나 떨어졌다.
위상은 높아졌는데 여전히 성장통?
호반건설도 지난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지 3년여 만에 자산 10조원을 넘기며 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지난해엔 전년(44위) 대비 7계단이나 오른 37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9년엔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며 시공능력평가순위 첫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잇따라 미디어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넓히는 등으로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등 여전히 성장통을 앓는 모습이다.
부영도 덩치로 보면 '맏형'급이다. 2018년 재계 순위 13위까지 올랐다가 2021년 17위로 전년 순위를 유지했다. 자산 규모가 23조3210억원으로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9조8470억원, 42위)을 압도하는 순위다.
다만 '주택' 부문에선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부영주택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20년 15위에서 41위로 26계단이나 하락, 2021년 시평에도 27위 진입에 그쳤다.
재계순위 상위권의 부영이지만 이중근 회장 '1인 지배체제'라는 점에서 기업 투명성과 신뢰도 측면에선 늘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이중근 회장이 그룹 지분의 약 93.79%를 보유하고 있고 23개 계열사 모두 비상장 기업으로 상장회사의 공시 의무가 없다. 사외이사제도도 존재하지 않아 깜깜이 지배구조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대법원에서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사익 편취, 부당 내부거래, 협력사 문제 등에 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대주주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여러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