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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GTX에 진심인 원희룡, 지방은 안 챙기나

  • 2022.05.19(목) 11:06

취임식서 GTX 과감한 투자 강조…'균형발전' 언급 없어

"사당역이나 양재역에 가면 두 시간씩 빨간 버스를 타고 들어오시는 분들 보면 가슴이 아파요. 수도권 30분 출퇴근을 위해 이제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5월 16일 취임식)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처음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첫 '행보'부터 GTX-A노선 추진 현황을 점검한 것이었다.

지난 16일 열린 취임식에서는 인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한 장면을 소개하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시민들의 고충을 언급했다. GTX 확충을 다시 한번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수도권 인구는 전국 인구의 50.1%에 해당하는 2582만명이다.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지방 인구를 추월했다. 이를 고려하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곳곳을 잇는 GTX가 우선과제로 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처럼 GTX A~D노선에 이어 E, F노선까지 깔리게 되면 본격적인 '수도권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수도권에서는 환호한다. 비수도권인 '지방'은 갈수록 소외되는 분위기다. 

원희룡 장관은 새 정부의 첫 국토부 장관으로 원 장관이 내세울 정책 비전에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의 지역 사회에서도 관심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취임 초 정책역량을 GTX 등 수도권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서울과 수도권 쏠림이 심화하는데 '교통'이 더욱 편리해질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 원 장관의 취임사를 보면 이같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원 장관은 질의응답을 통해 GTX에 대해서는 제대로 챙기겠다고 목소리를 낸 반면,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서는 취임사에서 단 한 줄 언급하는 데 그쳤다. 취임사에는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추상적인 언급만 들어가 있다.

반면 앞선 전임 장관들은 취임사를 통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김현미 전 장관은 "균형 발전의 가치를 재정립하자"며 "세종시와 혁신도시, 기업도시, 새만금이 실질적인 성장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지역 경제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도시재생 뉴딜'을 앞세워 추진하기도 했다.

노형욱 전 장관 역시 취임사에서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지역 중심의 다핵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부처 주도에서 벗어나 지역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 전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와 급등한 집값 등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환경에서 취임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카테고리를 할애해 지역 균형 발전을 국토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웠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물론 지난 수년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임 장관들의 약속도 성공적으로 지켜졌다고 보긴 어렵다.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이 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렇기에 여러 과제들 가운데서도 '균형 있는 국토발전'을 소홀하게 다뤄선 안된다. 취임사에서 균형발전에 대한 비전과 의지를 엿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내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대구를 시작으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지속해 침체할 거란 우려가 많은데, 새 정부에서 이를 챙기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원 장관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도 꼽히는 그의 관심이 수도권과 서울에만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새 정부에서 '지방 소멸'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보여주는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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