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권한대행이 보증금 반환 보증 제도 허점을 이용한 전세 사기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취업·결혼박람회와 온라인 홍보로 보증 가입을 유도하고 피해지원센터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한국국토정보공사(LX)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와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 전 사장의 중도사퇴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전세 보증사고 건수 늘고 회수율 줄어" 질타
여야 의원들은 전세 보증사고와 사기에 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세 보증 사고 건수와 액수가 지난 5년간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 보증 사고 건수가 2017년 33건이었는데 지난해 2799건으로 늘고 사고 금액도 같은 기간 75억 원에서 5790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의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위변제한 금액에 대한 회수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권한대행은 "보통 경매하는 데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미회수금은) 거의 다 회수된다"면서도 "주택가격이 향후 내려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낙찰률이 떨어지면 회수율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 90% 이상을 특정 5개 법인에서 발생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4~5년간 5개 법인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97%를 발생시켰으며 회수율도 35%밖에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방치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권한대행은 제도 허점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 업체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임차인이 (보증) 수수료를 내면 보증을 해줘야 한다"며 "법령 개정을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지난 5년간 보증금 미반환 사고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을 인정, "악성 임대인을 공개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사기가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 권한대행은 "사전 예방을 통해 보증가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토부 감사 중간발표, 사장 사표 쓰게 하려고"
이날 국감에서는 국토부의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 전 사장 사퇴 압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국토부가 이례적으로 종합감사 중간 발표를 통해 권형택 전 사장에 사퇴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특정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을 아무런 근거 없이 4단계나 올려주는 특혜를 줘 13억2000만원의 보증료 손실이 발생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간부를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권 전 사장은 자진사퇴했다.
이에 해당 건설업체 신용등급을 상향할 근거가 충분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약 1800억원 영업적자를 내던 업체가 작년 흑자전환(당기순이익 87억원)했으며 금융비용도 300억에서 150억으로 50% 가까이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신용등급을 몇 단계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영업 흐름이 개선되고 차입금 구조조정을 한 기업 신용등급 향상에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부 부처에서 중간 발표를 하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국토부는 감사가 끝나기도 전에 업무상 배임이라고 확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적 감사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감사 기간이 보통 한 달 정도인데 주택도시보증공사만 6월13일부터 4개월째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감사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국토위에) 자료 제출도 하지 않는데 중간감사 결과 보도자료를 냈다는 사실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사장에게 사표를 쓰게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