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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돌려받으려 고액수수료 자문에 소송까지

  • 2022.12.15(목) 09:30

[종부세 속 앓는 기업들]②절세가 곧 비용절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기업은 개인과 달리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할 때 기본공제도 없고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종부세를 부담하는 법인의 숫자에 비해 부담하는 종부세액이 많은 이유다.

그런데 기업들은 시끌벅적한 종부세 논쟁에서 좀 벗어나 있다. 기업들은 종부세에 대한 불만이 없을까. 

우선 구조상으로는 불만이 노출되기 어렵다. 법인은 세금부담이 크지만 계산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공제나 세부담상한 등이 없어서 신고납부하지 않고 대부분 국세청에서 고지된 세금을 그대로 납부한다. 신고를 통해 수정할만한 내용이 거의 없다.

법인이기 때문에 재산세나 종부세 납부액은 법인세를 낼 때 비용처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이기에 비용절감은 중요하다. 정치적인 메시지로 표현하지 않을 뿐, 많은 기업이 종부세를 줄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경정청구에 소송까지 불사

상장기업 등 대기업만 보더라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종부세를 돌려받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내용을 보면, 2021년에만 7개 기업이 종부세 반환청구 소송이나 경정청구, 조세불복을 진행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2월 1일 종부세가 고지되자마자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과 종부세 환급을 위한 경정청구 자문계약을 맺었다.

한화그룹은 앞서 2020년에도 갤러리아부문 종부세 경정청구를 진행했고, 2021년에는 케미칼 부문에서 추가로 종부세 환급자문을 구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5월과 올해 4월에 연이어 종부세 불복청구를 위한 자문계약을 진행했다. 

그밖에도 티와이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가 종부세 반환청구소송을 진행중이고, 동양고속과 GS리테일, 에이비엘생명보험 등도 더낸 종부세를 돌려달라며 국세청에 경정청구를 냈다.

조금 더 거슬러가면 거액의 종부세 소송사건도 눈에 띈다. 

삼성생명이 2014년에 종부세 등 983억원의 세금에 대해 부과처분취소를 위한 소송을 했고, 2015년에는 교보생명이 61억원 규모의 종부세 반환청구 소송을 했다. 현대백화점도 2016년에 17억5000만원의 종부세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환급세금의 20%를 수수료로 주기도

기업들이 종부세 과세내용에 대해 불복하고 환급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세무대리인이나 소송대리인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주로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을 통해 자문을 하고, 대형 로펌과 함께 소송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종부세를 돌려받는 노력에는 만만치 않은 수수료가 발생한다.

롯데쇼핑은 올 초 종부세 환급을 위해 삼정회계법인에 5% 수수료를 준다는 용역계약을 맺었다. 환급세액의 5%를 최대 1억원까지 주는 계약이다. GS리테일 역시 환급액의 5%를 수수료로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기업들도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조세불복자문료로 환급액의 8%를 지급하기로 했고, 2016년 태광산업은 종부세 환급세액의 10%를 회계법인 수수료로 줬다.

지난해 2월에 종부세 환급청구를 진행한 동양고속은 환급세액의 20%를 주는 파격적인 내용의 용역을 체결했다. 종부세 환급이 그만큼 어렵고도 중요했다는 뜻이다.

종부세에 충당부채 늘고, 부동산 물납까지

종부세 때문에 기업이 부담해야 할 충당부채가 늘어났다고 공시한 기업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에 총 197억원의 종부세 충당부채가 늘었다고 공시했다.

케이티앤지는 2017년에 종부세를 납부하기 위해 장기 미매각 자산을 물납처리했다. 물납은 세금을 현금이 아닌 부동산 등으로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대신증권은 2020년 9월에 열린 이사회에 특별한 안건을 상정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초호화 아파트인 나인원 한남의 종부세 부담 문제를 이사회에 보고한 것이다. 대신증권의 부동산개발 자회사 대신F&I는 2021년에 나인원 한남의 분양을 완료했다.

초유의 환급소송도 현재진행형

기업들의 종부세 문제는 최근에 좀 더 뜨거워졌다. 유래 없는 대규모 종부세 환급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재산세 납부대상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이에 따라 공시가격의 합산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후 이미 납부한 재산세를 빼주는 절차를 거친다. 같은 과세표준에 재산세와 종부세가 중복과세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10년, 재산세액 공제방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는 재산세액을 공제할 때 공시가격의 일정비율인 공정가액비율만큼만 공제했지만, 공시가격비율 전체에 대해 공제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당시 공제기준은 종부세법이 아니라 하위규칙인 종부세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됐다는 판단이 더해졌다.

지점이 많은 시중은행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회사 등 25개 기업이 더 낸 종부세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했고, 5년여간의 재판 끝에 2015년 6월 결국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은 재산세 공제산식을 시행규칙에 담아 자의적으로 판단한 정부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후 정부는 재산세 공제방식을 시행규칙에서 시행령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판결 후인 2016년분 이후의 종부세 역시 재산세액 공제가 덜 됐다는 소송이 진행중이다.

기업들은 정부 방식대로 공정가액비율만큼만 재산세액을 공제할 것이 아니라 공시가격의 100%를 반영해 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2016년 이후 과세분에 대해 가장 먼저 소송을 제기한 에쓰오일이 이미 2019년에 고등법원에서 승소했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후 상당수 기업들 역시 종부세를 환급해달라는 불복청구나 소송을 진행중이다.

2019년 이후 기업들이 회계법인을 통해 검토한 종부세 경정청구 및 환급문제 역시 상당수가 이 쟁점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종부세법 시행령에는 재산세 중 일부만 공제하도록 돼 있는데, 세법이 시행령에 충분히 위임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의 다툼이 있다. 땅을 가진 법인이라면 모두 연관돼 있고, 상장사들 대부분이 불복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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