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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당첨자, 본청약 외면…미분양 '후폭풍'

  • 2023.01.27(금) 07:20

사전청약 당첨자 절반 이상 본청약 포기
일반분양 전환해도 '미달'…건설사만 '한숨'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부 정책에 호응해 사전청약을 진행했던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본청약을 대거 포기하면서다. 이들 물량은 일반분양으로 전환되지만 이 역시 시장 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민간 사전청약제도가 도입된 지 1년 만에 사실상 폐지됐지만, 지난 1년간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만 '무리수 정책'의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당첨자 이탈에 미달 속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양주 회천 대광로제비앙 센트럴(A-20블록)은 최근 본 청약에서 대규모 미달이 발생했다. 2순위 청약까지 진행했지만 266가구 모집에 총 213가구가 신청하며 전 주택형이 미달됐다.

이 단지는 총 526가구 규모로 작년 2월 공급량의 대부분(502가구)을 사전청약으로 모집했다. 당시에는 평균 경쟁률이 19대 1에 달하는 등 수요자들이 몰렸다. ▷관련 기사:'4억 아파트 통했나' 파주운정 청약 열기에 사전청약 흥행(2022년 2월22일)

하지만 분양시장 침체 등으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절반 넘게 이탈, 이 물량이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사전청약 502가구 중 본 청약 의사를 밝힌 당첨자는 227가구뿐이다. 이에 약 24가구에 그칠 예정이었던 일반분양 물량이 299가구(특별공급 포함)로 늘었다.

이 단지 분양 관계자는 "당첨자 중 부적격자가 많았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당첨을 포기한 사람이 꽤 있어 일반분양 물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앞서 본청약을 진행한 단지들도 당첨자들의 이탈이 줄을 이었다. 작년 11월 본청약을 진행한 파주 운정 시티프라디움(A49블록)은 사전청약 당첨자의 48%(211가구)만 본청약까지 완주했다. 계약되지 않은 물량은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사업자 입장에선 수요자를 미리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사전청약의 장점으로 꼽혔는데, 그마저도 어려워진 것이다. 청약 열기가 뚝 떨어진 현재로선 일반분양을 해도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전청약은 본청약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보험처럼 청약한 수요자들이 많았는데, 시장이 안 좋으니 이탈률이 높다"며 "매출로 계산했던 물량들이 순식간에 부채로 돌아서는 상황인데 분양시장이 여의찮으니 미분양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전청약제도 도입과 폐지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1년만에 폐지했지만…'후폭풍'

정부는 작년 11월 공공택지에 대한 사전청약 의무를 없앴다. 공급자에게 사전청약의 이득이 뚜렷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도를 폐지한 셈이다. ▷관련 기사: [오락가락 부동산]①사전청약 또 '역사 속'...사라지는 '청약 보험'(2022년 11월14일)

민간 사전청약은 2021년 주택 조기 공급 신호를 줘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제도 이후 총 57개 공공택지가 6개월 내 사전청약을 조건으로 팔렸고, 이중 23곳이 사전청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분양가 등의 변동 가능성, 공급 일정 지연 등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시장 침체까지 본격화하면서 청약 수요마저 급감하자 결국 정부는 제도 운용 1년 만에 '포기 선언'을 했다.

지난 1년간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택지를 매입한 건설사들만 고스란히 후폭풍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본청약을 진행한 단지 대부분이 절반 이상의 이탈률을 기록하면서 다른 단지들도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사전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공공택지도 34곳 남아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애초 사전청약은 '선선분양'의 개념으로 공급보다 한참 앞서 모집공고를 내는 게 공급자에겐 상당한 무리"라며 "시장 침체로 미분양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전청약을 강행하지 않도록 한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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