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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부동산]①사전청약 또 '역사 속'...사라지는 '청약 보험'

  • 2022.11.15(화) 09:11

10년만에 부활해서 1년만에 재폐지
부동산 하락기에 사전청약 '무용론'
예비당첨권…"공공택지선 관심 여전"

최근 부동산 족쇄 풀기가 한창이다. 뜨겁던 부동산 시장이 불과 1년 만에 한파를 맞닥뜨리자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을 손 보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를 통해 정책 효율화, 거래 활성화 등이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성급한 정책의 변화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라져가는 부동산 정책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봤다.[편집자]

10년만에 부활한 사전청약제도가 1년만에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부동산 상승기 때 재등장했던 제도가 부동산 하락기에 접어들자마자 폐지되는 셈이다.

청약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선선분양' 격으로 청약 기회를 확대해주는 사전청약의 '무용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사전청약 단지의 청약 미달이나 당첨자의 본청약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다만 일종의 '청약 보험'이 사라지면서 청약 대기자들의 선택의 폭이 적어지고, 정책 변화에 따른 수분양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선 우려가 나온다. 

10년만에 부활하고 1년만에 쓱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경기·인천·세종도 규제지역 해제…서울등 제외(11월10일) 

향후 매각하는 공공택지는 사전청약 의무를 없애고 이미 매각된 택지는 사전청약 시기를 6개월에서 2년으로 완화하는 게 골자다. 최근 2~3년 내 사전청약이 집중된 가운데 주택분양물량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이로써 사전청약제도는 부활한지 1년만에 사실상 다시 사라지게 됐다. 

사전청약은 지난 2008년 공공분양주택인 보금자리주택에 도입했던 '사전예약제도'가 시초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공급 시기를 일반 청약보다 앞당겨 공급하는 이른바 '선선분양' 제도다.

지난 2009년부터 적용을 시작했으나 향후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제도가 필요없어지자 2011년 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후 본청약 일정이 예정보다 크게 미뤄지자 당첨권 포기 등으로 사전예약자 1만3398명 중 실제 공급을 받은 사람이 40%에 불과하는 등 부작용까지 드러나면서 제도는 폐기되는듯 했다. 

이 제도가 부활한 건 2020년이다. 치솟는 집값에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 등이 나타나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5·6대책)을 통해 약 10년만에 사전청약제도를 부활시켰다.

정부는 2021년부터 3기 신도시 및 주요 공공택지에 사전청약제도를 적용키로 하고 8월엔 민간 주택에도 사전청약을 확대하기로 결정, 11월30일 민간 사전청약 첫 모집에 나섰다. 

지난해만 해도 주택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축 분양 아파트에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크게 높아지자 사전청약이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3차 공공택지 사전청약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4대 1에 달했고, 그중에서도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지구는 5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들어 급격한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집값 고점 인식 등이 맞물리며 부동산 하락기에 접어들자 사전청약 시장까지도 한파가 덮쳤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 하반기(7~11월)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 14곳 중 '성남 금토지구 A-3블록 중흥S-클래스', '인천 영종국제도시 RC4-1,2BL 주상복합', '세종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를 제외한 11곳이 청약 미달됐다. 

사전청약 당첨자조차 본청약에서 계약을 포기했다. 

지난해 11월 사전청약에서 평균 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인천 검단 AA21블록은 올해 진행된 본청약에서 사전청약 당첨자 811가구 중 320가구가 본청약을 포기했다. 사전청약 경쟁률 13.8대 1을 기록한 파주 운정3 A23블록도 사전청약 당첨자 835가구 중 50명이 본청약을 하지 않았다. 
이젠 필요없는 제도? '청약 보험' 어쩌고…

이처럼 사전청약 시장이 빛을 잃자 제도의 '무용론'이 제기됐다. 

사전청약은 통상 건물 착공 시 분양하는 일반청약보다 3~4년 먼저 청약을 진행해 부동산 호황기엔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시장 동요를 막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장 침체기엔 분양가, 입주시기 등이 불확실한 사전청약제도를 꺼리는 경향이 짙어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집값이 떨어지면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해지면 이같은 리스크까지 감당하면서 굳이 사전청약을 하려는 수요도 적다. 금리 인상으로 본청약 시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포기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사전청약제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사전청약은 시공사, 분양 일정 등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정해지기 전에 받는 청약이기 때문에 향후 변경이 생기면 소비자 혼란만 키울 수 있다"며 "더군다나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로 민간 사업자들을 옭아매는 한계가 있었는데 사전청약 제도가 폐지되면 이같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사전청약 폐지에 따라 청약자들의 선택권이 축소된다는 점에선 우려가 나온다. 

사전청약은 당첨되더라도 다른 아파트 청약이 가능하고 본청약에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본청약에 당첨되기 전까진 '예비 당첨권'인 셈이라 일종의 '청약 보험'이나 다름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 폐지에 따라 민간 사전청약 물량은 오는 2024년까지 7만4000가구에서 1만5000가구 수준으로 조정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사전 청약은 그야말로 보험 성격이기 때문에 사전청약제도를 남겨둔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는데 폐지가 성급한 감이 있다"며 "제도를 갑자기 폐지하면 오히려 사전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의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전청약 수요가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공공택지나 서민실수요층 청약은 경쟁률이 높게 나오는 지역도 있다"며 "공공택지 사전청약만 살려두는 식으로 제도를 유지해놓으면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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