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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지도]②실거래가 올랐다고요?…현장은 '시큰둥'

  • 2023.08.16(수) 06:30

목동·압구정 토허제에 실수요·현금부자만 진입
개포·상계 "매수문의만…거래까진 쉽지 않아"
재초환 등도 발목…가뜩이나 '공사비' 부담

"목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잖아요. 중소형 평형에서 대형 평형으로 갈아타는 거래만 간간이 이뤄지고 있어요. 재건축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얘기라 별 반응 없고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인근 A 중개업소 대표 

"재건축 호재로 거래 증가요?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달라요. 상반기 급매물이 조금 소화되면서 호가가 오르긴 했지만 수요자 문의는 다시 끊겼는걸요." -노원구 상계주공 인근 H 중개업소 대표 

서울 재건축 사업 단지 거래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목동·압구정 등에서는 전세를 끼지 않고 실거주를 할 수 있는 수요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에서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하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담금 등의 이슈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공사비 인상으로 재건축을 통한 수익이 확보되지 않아 수요자들의 움직임도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다.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재건축 호재로 부동산 시장 호조세?…"글쎄"

양천구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목동 아파트 거래량은 11건에 그쳤다. 이후 △2월 23건 △3월 24건 △4월 43건 △5월 49건 △6월 60건 △7월 44건(8월 10일 집계 기준)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거래량 증가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목동 7단지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올 초 대출 규제 등이 완화하면서 한차례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다시 소강상태"라며 "재건축 호재는 매번 선거 때마다 나왔던 얘기라 큰 기대는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급매물이 많았던 지난 4~6월 사이 거래량이 증가하고 대형평수 위주로 최고가를 경신한 거래 건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호조세로 보긴 어렵다는게 인근 중개업소의 얘기다.

목동 7단지 인근 B 중개업소 대표도 "당장 현금이 부족한 집주인들이 올 초 급매물로 매물을 내놓았다"면서도 "급매물이 거래된 후 호가가 높아지면서 매수세는 따라붙지 않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하면서 한동안 재건축 단지의 거래량도 증가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숨 고르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실재 부동산R114에 따르면 월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 4월 -0.32%에서 5월 0.03%로 상승전환했다. 이후 6월(0.04%)과 7월(0.13%) 상승폭이 확대했지만 8월 둘째주 누적 기준(11일) 보합세(0.00%)로 재전환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압구정 3구역이 서울시와 마찰을 빚으면서 신통기획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재건축 단지는 여타 아파트에 비해 시장 민감도가 높아 분위기에 따른 가격 변화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을 통한 수익은 불투명한 가운데 공사비 등 비용 인상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으며 재건축 분담금도 느는 추세다. 

토허제 '목동·압구정'…'현금부자'만 진입 가능

양천구 목동과 강남구 압구정 등에선 토허제가 연장되면서 신규 수요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토허제 구역에서는 일정 면적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의 경우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해 '갭투자' 등이 불가능하다.▷관련기사: 강남·송파 '토지거래허가제 연장' 가능성에 주민 집단 반발(6월5일)

목동 2단지 인근 C 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를 매입할 때 전세를 낄 수 없기 때문에 (집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전액 현금을 준비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금리가 높아 신규로 목동에 진입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목동 내에서 중소형 평수에 살다가 대형 평수로 이사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목동에서 최근 최고가를 경신한 거래 중 상당수는 전용 150㎡ 이상의 대형 평형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 2단지 전용 152㎡는 지난 7월 7일 29억5000만원(3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에서 같은 면적이 거래된 건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였던 지난 2021년 8월(27억6000만원·4층) 이후 처음이다.

목동 신시가지 13단지에서 비슷한 면적대인 전용 151㎡는 지난 7월 13일 26억원(8층)에 최고가로 손바뀜했다. 마찬가지로 2021년 3월 같은 면적 거래가를 (24억5000만원·6층) 경신했다.

목동과 함께 토허제로 묶여있는 압구정도 대형평형 중심으로 신고가를 쓰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 7차 전용 144㎡는 지난달 19일 51억50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 6층 매물이 지난 3월 4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4개월 만에 5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압구정동 D 중개업소 대표는 "압구정 내 단지의 대형 평형 실거래가는 최고점 대비 90%까지 회복한 상태"라면서 "최근 대형 평형 매물은 3.3㎡당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토허제 구역에는 자금력이 풍부한 실수요자밖에 진입하지 못한다"면서 "향후 재건축이 완료되면 압구정 일대가 가장 비싼 단지가 될 확률이 높아 대형 평형을 위주로 현금이 넉넉한 수요자가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토허제 비껴간 개포·노원 "수요문의만"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비껴간 강남구 개포동과 노원구 상계동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남구 개포동에서는 최근 재건축을 완료한 대단지들이 입주하고 노후 단지 재건축도 가시화하면서 수요 문의는 꾸준하다. 그러나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개포동 개포주공 7단지 인근 E 중개업소 대표는 "올 초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가 입주했고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도 하반기 입주를 시작한다"며 "신규 아파트가 들어서고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매수 문의 전화는 가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급매물도 남아있어 집주인들이 수요자를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개포동 개포주공 5단지 인근 F 중개업소 대표도 "지난해와 올 초 부동산 경기가 침체했을 때보다 거래가 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집주인과 수요자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커 거래로 이어지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포동 신규 물량만 해도 1만 가구에 달하는데 겨우 몇 건, 몇십 건 거래됐다고 시장 회복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개포동 아파트 거래 건수는 △3월 27건 △4월 28건 △5월 43건 △6월 49건 △7월 17건(8월10일 집계 기준)이다. 

노원 상계벽산아파트 전경/사진=송재민 기자 makmin@

노원구 상계동도 올 초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상계동 상계주공 3단지 인근 G 중개업소 대표는 "수요자들의 반응이 거의 없다"며 "노원구 거래량이 늘고 거래 가격이 올라간다는 소식을 접하면 거짓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 인근 H 중개업소 대표도 "최근 휴가철을 맞아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면서 "국소적 거래로 실거래가가 조금 오른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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